brunch

인생의 마지막 날

가장 찬란한 순간이길

by hohoi파파
태국 파타야 스카이갤러리

태국 여행 동안 찍은 사진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붉은빛, 보랏빛의 파스텔 섞임은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고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한동안 노을 지는 순간, 해변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래서일까 이 장면은 오랫동안 나의 가슴에 머물렀다. 분위기에 취한 날이다.

석양은 자신만의 색으로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석양의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해 핸드폰을 빠르게 들었지만 이미 석양은 수평선 너머 숨은 뒤였다. 사실 조금 늦게 도착한 이유도 한 몫했다. 석양을 보기 위해 서둘러서 갔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노을 진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매번 석양이 사라지는 속도는 한결같이 빠르다. 땅거미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 태양은 땅거미 너머로 갈 때가 어느 때보다 가장 빠른 것 같다. 마치 사람들이 세월이 지나갈수록, 죽음에 다다를수록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석양을 좋아하는 이유는 석양은 사람 사는 모습, 인생과 닮아서다. 석양을 보고 있으면 황홀하면서도 숙연해진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의 모든 순간을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삶을 내다보게 된다. 석양은 나에게 시간 여행의 마법을 부린다.

석양처럼 인간도 자신의 일, 소명을 다하고 사라질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그 순간 아름다움의 목격도 알아차림도 찰나의 순간이다. 나든 타인이든 인생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알아차리는 일은 어쩌면 마지막 순간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죽음 앞에 타인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게 된다. 그때만큼은 인간이 진실되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그때가 돼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깨닫다는 것 같다.


내 삶이 다하는 그때.


"참 멋진 순간이었어"라고

내 인생을 회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죽음의 순간은 누구도 정해진 바 없다. 어쩌면 회고할 기회 조차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찔하면서 마음이 아파온다.「신과 함께」 영화에서 염라대왕의 대사가 생각났다. "나는 오랫동안 너에게 기회를 주었다" 어쩌면 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기회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솔직히 깨닫는 일이 쉽지 않다. 과거의 경험, 왜곡된 기억으로 나는 현재에 존재하지만 정신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거나 타인이 정한 낙인의 틀 안에 갇혀 살아간다.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일에 용기 내지 못하고 두렵기만 하다.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처럼 도로시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힘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도 마찬가지다. 뇌, 심장, 용기 등 조건이 없어 자신이 불행하다고 믿었지만 이 모든 것이 내면에 이미 잠재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 역시 내가 정한 한계, 타인의 평가, 낙인의 틀을 깨는 힘을 내면에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더 늦기 전에 나와 타인 인생의 아름다움이 순간, 지금이라는 것을 깨달아 일생동안 주어진 숱한 기회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 내가 정한 한계, 타인의 평가, 낙인으로 쉽게 단정 짓지 않고 나를 마주하는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주저하기보다 한걸을 떼고 싶다. 나는 그럴 힘이 충분하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쉽지 않은 타인에 대한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