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을 읽다가 올해 '늘봄학교' 추진 소식을 접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200개 학교에서 첫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2025년부터 전국에 도입할 계획이다.
'늘봄학교'가 새롭게 도입되면 돌봄 교실 운영시간을 기존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까지 늘어난다. 긴급 저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시 돌봄 서비스도 운영한다고 한다.
'늘봄학교' 정책의 핵심은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돌봄 공백이 생겨도 지원 자격 제한으로 신청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가정이 많았다. 하지만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정책을 앞세운 '늘봄학교' 추진으로 모든 학생의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되어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싶다.
특히 저학년은 일찍 하교를 한다. 오후 1시면 정규 수업이 끝난다. 방과 후 수업을 2~3개를 받는다 해도 3시 이전에 하교를 해야 한다. 맞벌이 가정이나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야 하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는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돌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친정 부모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일을 그만두거나 휴직해야 한다. 육아시간처럼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직장이 얼마나 되겠는가. 남자는 그마저도 제한적이거나 제외된다.
결국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이들은 학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뺑뺑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돌봄이 필요한 학생을 저녁 8시까지 돌봐준다면 학원 2~3개를 뺑뺑이 돌려야 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예비 초등학교 학부모로서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정적인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놀이 체육, 보드게임 등 놀이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문제는 아직 정책이 설익었다고 해야 할까. 자녀의 3월 초, 최대 1학기 지원이라고 하는데 최소 1학기 지원은 해야 학교 생활 적응에 도움 되지 하지 않을까 싶다. 지원 시기도 그렇지만 누가 어떻게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구제적인 내용은 빠져있었다.
12시간 이상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일일까?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말 그대로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이 늘봄학교를 이용하려면 감당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교육계는 이미 교사의 업무 과중을 우려해 난색을 표했고, 교육공무직 노조 측은 현재 돌봄 교사의 고용 형태와 처우 개선 등 근무 여건 개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간만 때우는 사실상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아이들이 입을 테니 말이다. 국가 책임이라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나 전문가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앙꼬 빠진 '늘봄학교'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행정가만 머리를 싸매는 탁상공론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여성의 경력 단절 해결까지 생각한다면 남성의 육아 참여를 권장하고 보장하는 제도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교육보다 어쩔 수 없이 먹고사는 문제로 학원 뺑뺑이를 시키는 부모가 더 많을 테니 말이다. 아이들은 단 30분이라도 엄마, 아빠와 시간 보내길 원한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109211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