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를 봤다. 가슴 뛰면서 영화 본 지가 얼마만인가.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그 이상이다. 광고가 끝나고 점점 영화관이 컴컴해지는데 마치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 학원이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때로 데려갔다.
영화평은 한마디로.
"졸라 재밌어"
어떤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영화 본 소감을 말하는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은 말을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3040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는다는데 영화를 보러 가면 실감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무슨 내무실인 줄. 풉!!! 남자 친구들과 우르르 보러 가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여보, 내일 저녁에 영화 보러 가도 돼?"
"혼자?"
"응, 물론 아이들을 재우고 심야 영화로 볼 거야."
아내와 살면서 영화 보러 가도 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던가, 단연코 처음이다. 우연히 브런치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자막이냐 더빙이냐"라는 주제로 간로님이 쓴 글을 발견했다. 그때 처음으로 원작 만화 <슬램덩크>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로 개봉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이미지 그때부터 마음이 요동쳤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간로 작가님에게 미안하지만 자막이 나았다는 글머리만 보고 더는 읽지 않았다. 간로 작가님이 친절하게 결론부터 알려줬기 때문이다. 사실 자막이냐 더빙이냐 어느 것도 문제 될 게 없었다. 두 말하면 잔소리, 슬램덩크니까. 슬램덩크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예고편을 보고 싶어 바로 롯데시네마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예고편을 보자마자 넋 놓고 말았다. 책상에 꽂힌 어린 시절 앨범을 다시 펼쳐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아내에게 허락을 구하고 처음으로 혼자 영화 보러 갔다. 예고편만 보고 설렜던 적이 있었던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는 전국대회에 처음 나가는 북산고과 강력한 우승후보인 산왕공고와의 승부를 담았다. 단 한 장면도 버릴 게 없다. 125분 동안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손에 땀을 쥐면서 봤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20점 점수 차이를 극복하는 박진감은 진짜 경기를 보는 듯하다. 아무래도 북산고의 6번째 선수로서 마치 경기장 안에서 함께 응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왼손은 거들뿐...."
뻔히 아는 내용을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내서 오히려 원작 [슬램덩크]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원작인 [슬램덩크] 만화는 빨강머리 강백호가 주인공이다. 슈퍼 루키 서태웅, 불꽃 남자 정대만, 고릴라 채치수, 능남의 에이스 윤대협, 두목 원숭이 변덕규 정도 기억에 남는다. 송태섭의 서사가 영화의 중심이라니 스토리의 힘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갑자기 불꽃 남자 정대만의 서사도 궁금해졌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죠?
국가대표 때인가요?
난 바로 지금이라고요."
쌩초짜 강백호가 당신의 영광의 순간을 묻는다. 영광의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해준다. 125분 동안 명장면과 명대사로 가득하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방해될까 팝콘도 못 먹는다.
"N차 관람" 네이버 영화에 따르면 관람의 70%가 3040대 남성이라고 한다. 더빙을 보고 싶다. 아들을 구슬려볼 셈이다. 아들과의 영화 데이트 명분으로 더빙 영화를 봐야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자막을 먼저 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마지막 득점을 성공하고 서태웅과 강백호가 하이파이프를 하는데 그때 전율을 또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