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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26. 2023

이름 모를 동네 커피숍의 정겨움

창밖에 눈발이 흩날린다. 다시 들이닥친 한파가 매섭다. 조끼에 패딩 점퍼까지 입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온다. 코끝과 손발이 시리다 못해 저리다. 얼마나 추웠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지 않을까. 모자를 뒤집어쓰고 옷을 꽁꽁 싸맬 정도로 춥다.  

오늘 한 아이를 발달 센터에 데려다주었다. 혼자 집에 갈 수 없어 상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40분 상담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데려다준다. 그동안 상담이 있는 날이면 센터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다렸다. 그러고 보면 40분 동안 커피숍에 앉아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다이어리를 쓰거나 브런치에 글을 썼다. 


처음으로 익숙함에서 벗어났다. 이름 모를 동네 커피숍에 들어갔다. 커피숍인지 식당인지 모를 인테리어와 너저분하게 쌓인 짐들이 시선을 끌었다. 정리되지 않은 카운터에서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어르신이 주문을 받았다. 속으로 "와이파이가 될까?"


"와이파이 되나요?"


주문보다 와이파이가 되는지부터 물었다. 


꾸부정하니 걸어오는 어르신이 테이블에 아메리카노와 접시를 내려놨다. 흔히 보는 과자를 커피숍 디저트로 받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다방에 온 느낌이랄까. 순간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곶감을 꺼내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비록 공간은 낡고 서비스는 예스러울지라도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정겨움이 있는 커피숍이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흩날리는 눈과 꽁꽁 싸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나마 여유를 되찾았다. 몇 자 적으니 40분이 금방 지나갔다. 어르신의 정겨움을 놓고 올세라 주섬주섬 과자부터 챙겼다. 오늘 하루 어르신이 주신 오예스와 쌀과자로 불어닥친 한파를 견뎌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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