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기사에 따르면 일부 보수종교단체와 학부모 단체 등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를 구성해 지난해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했다고 한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과반 이상의 의석을 자치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왜곡된 성적 지향을 유도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는데 기사문만 읽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처벌하면 동성애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보수종교단체가 주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무엇인지. 학부모 단체는 어떤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학교에는 체벌이 만연했다. 때려서라도 가르치라는 사회 풍조로 부모는 방관했다. 오히려 교육을 위한 체벌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체벌은 잘못하면 맞는다는, 맞기 싫으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고등학생 때 두발 자율화는 꿈도 못 꿨다. 어른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고 강압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치 보며 따랐다. 생각해 보면 엎드려뻗쳐서를 하고 개 패듯이 맞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여전히 교육 현장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찬성하는 학부모 단체는 교실붕괴 현상 또는 자녀 문제를 체벌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돌봄과 애정이 없는 가정, 비합리적인 부모 태도인데 말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했다. 어찌 매로 사랑을 가르친단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사랑의 매는 없다. 체벌은 분노를 키우고 폭력을 가르친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문득 기사를 읽다가 국민의힘에서 폐지를 반대하는 의원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소수의견이 있을지언정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오랜 생존법이니까. 배알이 꼴려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제정한 조례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교육현장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된다고없애지 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다퉈서 더 나은 정책으로 진화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