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의 첫 번째 졸업식

by hohoi파파

첫째가 유치원을 졸업했다. 하필 첫째 졸업식 날에 둘째 어린이집 생일파티와 겹쳤다. 아니나 다를까 눈 뜨자마자 정신없었다. 어린이집에 가져다 줄 답례품과 생일 케이크를 차에 싣고 첫째 모르게 졸업식에 가져갈 꽃다발을 실었다. 아이 셋 등원 준비하느라 첫째의 졸업식을 실감할 새도 없었다.


"3년 전 입학식도 여기에서 했었는데..."


첫아이의 첫 번째 졸업식에 참여하는 기분이 묘했다.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울컥했다. 가지런히 놓인 노란색 의자와 알록달록한 풍선 장식과 군데군데 만든 포토존을 보며 그제야 첫째가 졸업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진짜 졸업하는구나.


언제 이렇게 컸나 아이들이 앉을 빈 의자를 바라보며 시간 참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다가 곧 초등학교 졸업한다고 난리법석 떨겠다.


"3년 동안 참 애썼다."

"3년 동안 무탈하게 잘 적응해 줘서 고맙다."

"너의 초등학교 생활을 응원할게!"


드디어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졸업식이 시작됐다. 가사에 맞게 아이들이 그린 태극기 그림 영상이 나왔다. 애국가 제창이 이렇게 감동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아이들의 작품으로 식상하고 딱딱할뻔한 분위기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곧이어 선생님의 호명에 따라 학사모와 가운을 입은 빛나는 1반 아이들이 입장했다. 한 명 한 명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아이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입장했다.


드디어 아들 이름이 불려졌다. 쑥스러운지 아들이 몸을 배배 꼬며 황급히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아들 이름이 불려지는데 왜 내가 더 긴장하지.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더라.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 앉을 동안 스크린에서 아이들의 인터뷰 내용이 나왔다. 되고 싶은 꿈과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먼저 나온 아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유호는 무슨 말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졌다. 과학자, 축구선수, 수의사... 아이들마다 꿈도 달랐다. 아들은 무슨 꿈을 꿨을까.

예상이 빗나갔다. 수영 선수도 아닌 수영 전문가란다. 수영 전문가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내 물안경도 없이, 구명조끼도 없이 자유자재로 수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담임 선생님의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아~ 그래서 예전에 그런 말을 했었구나!" 그제야 수영을 배우고 싶어 하던 아들을 이해했다.


아들, 미안하지만 이참에 수영 학원부터 알아보자. 아빠는 물이 무서워.


연이어 시상식이 진행됐다. 튼튼 어린이상이라길래 아이들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부모는 부모인가 보다. 다 주는 상이래도 기대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들이 어떤 상을 받을지 궁금했다. 아들 이름이 불려질 때까지 고개 쭉 빼들며 귀 기울였다.


튼튼한 어린이상, 바른말 고운 말상, 사이좋은 우정상, 아름다운 예술가상, 호기심 관찰상.


평소 친구들을 잘 챙겨서 사이좋은 우정상 아니면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바른말 고운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그게 아니면 미술학원에서 자기표현을 잘한다고 하니 아름다운 예술가상인가도 했다.

이번에도 예상이 빗나갔다. 아들은 당당하게 호기심 관찰상을 수상했다. 장난기 많고 궁금한 것이 많은 아들이 받을만한 상이었다.


가장 아들다운 상이었다.


30분의 졸업식이 금방 끝났다. 첫아이의 첫 번째 졸업식의 감격과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 아닌가. 7살 동안 두 번의 어린이집 생활을 잘 적응한 아들이기에 초등학교 생활 역시 아들답게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치열한 학교 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기대와 설렘으로 채우길 바란다. 그나저나 미운 네 살의 정점을 찍고 있는 다섯 살 둘째의 유치원 입학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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