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드실지 메뉴를 정해주세요.'
친목회에서 메신저가 왔다. 환영회에서 먹을 저녁 메뉴를 고르라는 쪽지였다. 자장, 짬뽕, 새우볶음밥 중에 뭐 드실 거냐고 물었다.
문제는 아이들 하원 시간과 겹쳤다. 뜸 들였더니 다음날 바로 친목회 담당 선생님이 교육복지실로 찾아왔다. '방법을 찾아볼게요. 1시간만 시간 주세요.'
"수요일에 친목회에서 모인다는데 가도 돼?"
"몇 시에?"
"5시에 가는데 가능할까?"
"애들 하원을 일찍 해주고 4시 30분에 출발하면 되려나?"
"그럼 애들은 어떻게 해?"
(사실 마음을 내려놨다.)
"엄마가 온대"
(정말? 정말이야?)
"오빠 밥 먹으러 가래"
"걱정 말고 다녀오래"
(고맙습니다. 장모님!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시군요. 슬한테 더 잘하겠습니다.)
주문한 새우볶음밥이 나왔다. 고슬고슬 잘 지어진 밥알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노릇노릇하게 입혀진 계란옷 위에 칵테일 새우 네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양도 많았다.
평범한 새우볶음밥이 아나다. 음식을 보고 감격한 것은 처음이다. 새우볶음밥을 보자마자 뭔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이제 새우볶음밥도 상황이 돼야 먹는구나. 스스로가 애잔했다. 눈물이 또르르.
"오늘은 자유시간 가져"
(정말 그래도 돼?)
아내가 늦게 들어오라고 했다. 아무래도 매일 애들 하원시키고 저녁까지 먹이니 고마웠던 모양이다. 내심 늦게 들어가기를 바랐는데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했다. 꽉 채워서 들어가리라.
모처럼 3시간 남짓 자유 시간이 생겼다. 하나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시간상 뭔가 카페에 가기도 애매했다. 노트북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결국 미뤘던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카센터로 갔다.
비록 엔진오일 갈고 엔진 청소하느라 허락된 시간을 모두 다 썼지만 괜찮다. 저녁을 먹으면서 1시간여 동안 충분히 자유로웠다. 싱크대에 서서 허겁지겁 안 먹은 게 어딘가. 어쩌면 새우볶음밥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울컥했는지 모른다.
글 쓰다가 또 한 번 눈물이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