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신고합니다. 2023년 3월 11일부로 휴가를 명 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단, 복귀할 때까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충성!"
아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나갔다. 하나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집에 남아서 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내는 구석구석 청소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떠났다.
먹고 힘내라고 아이스 카페라테를 사다 줬네요. (출처: youngdream11 블로그 이미지)
오후 4시가 돼서야 겨우 청소가 끝났다. 자유인 듯 자유 아닌 자유 같은 시간이 빨리도 지나갔다. 곧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그때부터 오줌 마려운 강아지마냥 마음이 뱅글뱅글 돌았다.
"카톡"
"카톡"
"카톡"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카톡 알람 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들이닥칠 시간이 된 것이다. 아빠로 복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4박 5일 첫 휴가를 보내고 복귀하는 이등병의 마음이랄까. 위병소에 들어서야 비로소 남은 군생활을 실감하듯 현관문 너머에 들이는 아이들 인기척을 들어야 믿을 수 있겠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오거든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전해라.
처박아둔 물건을 모조리 꺼냈다. 버릴 것과 보관할 것을 구분했다. 꿀단지가 나올 법한 냉장고 위 선반 안에 있는 잡동사니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책장과 거실을 치웠다. 안 보고 찢긴 책을 골랐다. 마구 섞여있는 장난감함도 거실에 쏟아 버릴 것은 버렸다. 오전 내내 청소기를 돌렸지만 아직 멀었다.
"누가 보면 이사 가는 줄 알겠어."
아내에게 한쪽에 치워둔 짐을 사진 찍어 보냈다.
(열심히 청소 중이니까, 걱정 말고 더 늦게 들어와 줘! 제발.)
"아직 신에게는 청소할 곳이 남았습니다."
다용도실 정리, 옷방 정리, 화장실 청소는 언제 다하지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막막했다. 점심 먹으면서 TV를 보고 커피 한잔 마시고 잠깐 노트북을 켜서 글 쓰다 보니 화장실 청소만 못했다.
(여보,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포상 휴가줄거지? 숙원사업인 다용도실 정리를 했으니 궁뎅이 팡팡해주라.)
아내가 돌아왔다. 부대 정비차 방문하는 사령관님 같았다.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집안 구석구석 스캔하는 아내의 눈이 매섭다. 미간이 찌푸려질지 입술이 펴질지 숨죽이며 아내를 바라봤다. 나름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마쳤기 때문에 자신했다.
“어디 한번 보시죠.”
남편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아이 셋을 키운다면 특히 더 쟁취해야 한다. 아내가 선사한 다소 호사로운 자유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 이유다. 이제 당당하게 한 달에 한 번은 혼자 있겠다고 말해야겠다. 이 글을 빌어 다음 휴가를 만들어야겠다.(대신 당신도 그 시간만큼 혼자 시간 보낼 수 있도록 아이 셋 볼 거야 걱정하지 마.) 그런 의미에서 주말에 서울 좀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