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번쩍 떠졌다. 잠든 딸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엎드려서 자는 것이 곧 일어날 것만 같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숨죽이며 '찌~이~익' 난방 텐트 지퍼를 열었다. 기지개를 켤 새도 없이 빠져나왔다. 거실에 있는 시계를 보니 정확히 오전 5시. 새벽에 글을 쓴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아자! 오늘도 성공이다.
밤새 선잠 잤다.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피곤하지 않아 다행이다. 거실에 나오자마자 새벽 글쓰기가 체질 아니냐고 으스댔다. 바로 커피포트에 물을 부었다. 물이 끓는 동안 선반 위에 있는 노트북을 꺼냈다. 잠시 어디에서 글을 쓸까 고민했다.
[강원국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은 "글을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 선정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작가마다 "글을 쓰는 특정한 장소가 있다"라고 했다. 술집, 다락방, 새벽 침대 위, 욕조 안, 심지어 관 속에 들어가서 글 쓰는 작가도 있단다.
강원국은 지하철에 타면 온전히 생각에 빠져든다고 한다. 자신만의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쓰면 써진다고 했다. 남은 3월 달 동안 새벽 5시에 글쓰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글을 쓸 나만의 비밀 장소를 정해야 한다.
전 날은 식탁에서 1시간가량 글을 썼다. 고요한 새벽 시간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딸의 목소리가 들리 전까지는 말이다. "아빠 어딨어?" "아빠?" "아빠야~?" 오전 6시 11분에 딸이 졸린 눈을 비비며 불렀다. 강제 종료 버튼 같았던 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노트북을 껐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을 찾았다. 살금살금 발걸음 소리를 줄이며 작은방에 들어갔다. 행거와 옷장, 건조기와 서랍장이 빙 둘러싸고 있는 옷방이다. 거실에 작은 빛도 새어나지 않게 문을 조심히 닫았다. 밥상 하나 겨우 들어가는 공간이다. 옷방이라 산만함이 그지없다. 하나, 아무도 모르는 골방이나 다락방에 숨어서 글 쓰는 기분이랄까. 좁은 공간에서 글을 써서 그런지 오히려 집중된다. 글이 달까닥 달까닥 키보드 소리에 맞춰 거침없이 써진다. 이제 옷방은 새벽에 글 쓰는 나만의 비밀 장소가 될지어다.
이미지 출처: warehouse in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