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안 해주려고 일찍 자는 거야?"
"언제는 운동 안 한다고 그러더니."
"그럴 거면 운동하지 마."
마사지 안 해줄 거면 글 쓰지 말란 이야기다.
새벽 5시에 글을 쓴 지 7일째 되는 날이다. 작심삼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위대한 여정으로 바뀌었다. 처음 걱정과 달리 제시간에 눈을 뜬다. 애당초 아침형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대로 쭈욱~ 기세를 몰아 66일 동안 계속 새벽 5시 글쓰기를 해야겠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보다 아이 셋 아빠로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도전 같았다. 피곤으로 찌들어 3일 만에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제 알아서 눈이 떠진다. 오히려 찬 새벽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든다.
매일 새벽 5시에 눈을 뜨면 기지개부터 켠다. 1분이라도 지체하면 귀찮아질까 봐 잠에서 깨자마자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바로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살금살금 까치발을 들고 옷방으로 간다. 옷방에 불을 켜면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마치 내 몸 어딘가에 있는 글쓰기 스위치가 켜지는 느낌이다. 옷방에 밥상을 펴고 노트북과 마우스를 꺼낸다. 노트북이 켜지는 사이 방석을 깔고 주방에 가서 커피포트와 머그컵, 녹차 티백, 생수를 챙긴다. 행여나 잠귀 밝은 아이들이 달그락 소리에 깰까 봐 한번에 가져온다. 도둑고양이 걸음으로 가만가만.
진작에 새벽에 쓸 걸 그랬다. 녹차 한 모금 마시면 연신 찰각찰각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신명 나는 타자 소리에 손가락을 맡기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아 좋다. 자기만족일진 모르겠지만 글이 더 잘 써진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은 덤이다. 일찍 자니 자정까지 TV를 보지 않게 되고, 야식을 안 먹게 되고, 금주하게 된다. 6시부터 1시간은 걸으니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하루를 꽉 채운 느낌이다. 새벽에 일어나길 잘했다.
하나 7일 만에 새벽 5시 글쓰기를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 며칠 전 옷방에서 한창 글을 쓰고 있는데 뭔가 눈에 밟혔다. 개지 않은 마른빨래가 한쪽에 쌓여있었다. 그때 반쯤 열린 건조기가 보였다. 안에는 건조된 빨래가 그대로 있었다. 아내가 건조기를 돌리고 잠든 모양이다.
그동안 일찍 잠든 터라 집안일을 하지 못했다. 새벽 글쓰기가 집안일을 하지 않는 미필적 고의가 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며칠 사이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내는 열이 나는 아이를 돌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했다.(일찍 잠들어서 아이들이 아픈지도 몰랐다.) 며칠 뒤 아내도 아프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아침, 아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침 7시에 운동을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온 식구가 거실에 나와있었다. 아무래도 아침 6시 30분이면 하나둘 일어나는 아이들에 시달린 듯하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조용히 들더니 무언의 눈빛을 보내고는 바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현관문이 닫히기도 전에 곧 새벽 글쓰기가 끝나겠구나 직감했다. 아픈 아내 입장에서 새벽에 일어나서부터 집안일을 놓은 남편이 못마땅한 것이 당연하다. 어찌하면 새벽에도 일어나고 집안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픈 아내가 나을 때까지 당분간 멈추는 것이 나의 살길이지 않을까. 애꿎은 스케줄표에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