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일은 남의 손을 빌려야만 잘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예수님도 초기 사역 때는 고향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가족을 전도하지 못했다. 그들도 이러셨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사람은 오죽하랴. 자식 문제는 사회복지사도 별 수 없다.
자식 공부 시키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수양이 부족한지 아들이 지문을 제대로 읽지 않고, 문제 푸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문제와 상관없는 말을 꺼내면 심호흡하게 된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다시 설명하지만 미간만 찌푸리는 아들을 보면 답답하다. 하루 한 장 끝내기까지 30분 동안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날 19부터 50까지 숫자를 읽고 쓰는 문제를 풀었다. 19부터 50까지 하나하나 짚어주며 소리 내 읽게 했다. 아직 아들은 숫자를 10개 묶음 몇 개와 낱개 몇 개로 풀어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어려운 문제를 집중해 풀었다. 마지막 문제만 풀고 아들을 칭찬해 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때 바로 칭찬해 줄걸 그랬나. 마지막 문제를 푸는데 갑자기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냈다. 누가 봐도 일부러 틀렸다. 몇 번을 지우개로 지웠는지 모른다. 아들에게 쓴 답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는 문제를 일부러 틀리는 모습에 순간 화가 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기다려줄걸 그랬다.
아들을 따끔하게 혼냈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뭐가 억울한지 "왜 자기 마음을 몰라주냐며 오히려 자기를 혼낸다고 못마땅해했다. 더 이상 문제 풀었다간 관계만 나빠질 것 같아 문제집을 덮어버렸다. 아들에게 오늘은 그만하자고 했다. 아들보다 내 마음이 상한 것이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 아들이 문제집을 들고 왔다. "아빠 문제 풀게요." 말하더니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쳤다. 울컥 올라온 감정을 아직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사이 아들이 혼자 남은 문제를 풀었다.(사실 여기서 더 열받음.)
"아빠는 모른다고 혼낸 게 아냐"
https://www.youtube.com/shorts/0dLor5hFhYs
결국 혼자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아빠는 하기 싫은 티 팍팍 내고 일부러 틀린 답에 표시한 유호의 태! 도! 에 화가 났어. 모르는 문제도 아니었고 조금만 집중하고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였잖아. 모르거나 어려우면 배우면 돼. 선생님은 많이 아는 것에 감동하지 않아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어떻게든 알아내려는 태도에 감동하는 거지."
지금 보니 인정 욕구가 누구보다 강한 아들이 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졌다. 틀려서 자존심 상하는 것보다 차라리 안 하고 혼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똑 부러져 보이지만 마음이 착하고 여린 아이다. 아이 수준과 성향에 맞게 가르치는 것도 지혜인 것을. 아들에게 든든한 부모, 지지자가 되어주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새삼 느낀다. 앞으로 아들을 어찌 가르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