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생활
초등학교 학부모가 된 지 한 달 채 안 됐다. 지나고 보니 학교 생활 적응은 아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다독이는 것이 중요했다. 한 달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동안 부모 역할에 대해 생각하며 그간의 양육 태도를 돌아봤다. 이제 쓸데없는 괜한 걱정을 줄여보려고 한다.
지난주 [1학기 학부모 상담주간 안내]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e알리미를 보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담임 선생님과 전화 통화하는 것이 이렇게 신경 쓰일 일인가.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테스트받는 느낌이랄까. 학교에서 전화 오면 심장이 벌렁거린다는 어느 학부모님의 말을 그제야 실감했다.
첫 입학식 때 아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4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아직 시계 볼 줄 모르는데 다음 방과 후 수업 시간에 맞게 잘 찾아가려나, 같은 유치원에 나온 친구들이 없는데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 없으려나, 걱정에 걱정을 안았다.
"유호 아버님이시죠?"
드디어 상담하기로 한 시간에 전화가 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호 학교생활 잘하고 있어요."
"반에 아는 친구도 없는데 잘 지내요."
"발표도 잘하고 적극적인 아이예요. “
"밥도 잘 먹어요."
"제 맞은편에서 먹는데 매일 두 그릇씩 먹어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상담은 15분 만에 끝났다. 담임 선생님은 가정통신문에 고지한 시간을 정확히 지켰다. 학교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첫 상담이라 이것저것 묻고 싶었다. 이대로 전화 끊기 아쉬웠다.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면 상담했으면 허무할 뻔했다.
상담을 마치고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어 놀랐다. 그토록 잘 스며들진 몰랐다. 두 그릇 먹는 말에 안심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이겨내고 견딘다. 쓸데없는 걱정과 지나친 간섭이 오히려 아이들의 불안을 키우고 적응을 방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믿고 지켜봐도 충분했을 것을.
하교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아들 학교로 출발했다. 본관 앞 쉼터에서 기다렸다. 몇 분 지났을까 "아빠!"하고 아들이 부른다.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와 바이올린을 들고 달려오는 아들이 오늘따라 대견스러웠다. 품에 안긴 아들을 다독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빠 오늘 유호 담임 선생님과 상담했어."
"유호가 학교생활을 너무 잘하고 있대!"
"선생님께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어."
앞으로 미리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조바심 내지 않겠다. 아들을 믿어보자.(그런 의미에서 "4월부터 집에서 기다려볼까 해" 아들은 나의 말을 듣고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