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스타필드 벌룬 페스티벌 후기
지난 주말 제3회 벌룬 페스티벌을 보러 안성 스타필드에 갔다. 사실 아내가 한 달 전부터 티니핑 벌룬 사진을 보여주며 다녀오자고 했었다. 송탄에 사는 처제 집도 들를 겸 겸사겸사 간 것이다.
딸이 티니핑을 좋아하는데 어딜 못 가겠는가. 땅끝 마을도 한달음에 갈 수 있다.
5월 28일에 오픈런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밀린다고? 서두르면서도 오픈 시간에 맞춰 가면 되겠지 생각했다. 오픈 30분 전 멀찍이 스타필드가 보이는데 뭔지 모를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헉! 지하주차장 입구에 먼저 온 차들이 줄 서있었다.
"휴~ 그래도 10등 안에는 들었어."
오픈런이 호락호락할 턱이 있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군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언제 들어와서 주차했는지 1층으로 올라가는 출입문 앞에 줄이 길게 길게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을 보자마자 아내는 한 사람이라도 먼저 줄 서려고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에 긴장감이 돌았다. 1층 센트럴 아트리움까지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빠들은 좀비처럼 한 곳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일사불란하게 1층 센트럴 아트리움으로 모이는 무리들에 소름 끼쳤다. 무리 속에 섞여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딸을 안고 성큼성큼 내달렸다.
1층 센트럴 아트리움에 도착하면 페스티벌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깨닫게 된다. 먼저 온 사람들에 놀라고 대기 번호에 좌절할 것이다. 아니 오픈런했는데 260번이라니 말이 되오? 어림잡아도 4~5회 차가 돼야 들어갈 수 있었다. 결국 오픈한 지 3시간 만에 겨우 입장했다. 기다리다가 진짜 좀비가 되어간다.
어차피 자기 순번이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티니핑 장난감, 옷, 인형을 판매하는 이모션캐슬 코너나, 싱어롱 이벤트도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티니핑 스티커 사진은 사전 예약이 끝난 부모들 차지다. 어찌 됐든 기다려야 한다. 순번을 받으면 아이와 키즈존에 가서 놀거나 스타필드 매장을 둘러보는 게 낫다.
행사장을 보고 실망해서 실소할지 모른다. 벌룬 개수도 개수지만 벌룬 옆에 서서 티니핑과 인증 사진 찍는 거 말고는 없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고 3시간을 기다린 수고에 비하면 20분 관람 시간은 짧다. 뭔지 모르게 허무하다. 아이의 눈은 사로잡지만 말이다. 뭐 그 맛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거겠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싱어롱 이벤트는 참여하자. 티니핑 인형탈이 OST에 맞춰 춤을 춘다. 한 티니핑은 진짜 혼신을 다해 춤춘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네다섯 살 여자 아이들의 떼창을 듣다 보면 딸바보 미소가 지어진다. 분위기만 보면 초통령이 뽀로로에서 티니핑으로 바뀌었다. 한 곡 더 한 곡 더 손뼉 치는 아이들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6월 4일까지 페스티벌이 진행된다고 하니 딸을 둔 부모들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집에 돌아와 일주일 내내 아이들을 재우다 잠들고 말았다. 오픈런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P.S: 티니핑 옷을 입거나 티니핑 인형을 들고 가면 페스티벌을 100배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