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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 후 마실 막걸리를 받아 가는 발걸음 소리란

by hohoi파파

이제 곧 두 시간 후면 육퇴 할 수 있다. 늦어도 저녁 9시 이전에 아이들을 재울 생각이다.


요 며칠 아이들을 재우면서 함께 잠들었더니 하루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생각에 허탈한 기분이 드는데 욕심일까. 30분이라도 좋으니 온전한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지난 두 달은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았다. 원고 마감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글을 쓰고 한 시간 걸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고 재미 붙인 새벽 글쓰기 루틴이 하루아침에 깨지고 말았다.


지난 주말 아침 한참을 미적거리다가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바로 일어났다. 작은 방에 밥상을 펴고 노트북을 켰다. 한 시간 글을 쓰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에 가 40분을 걸었다. 주말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움직인 것이다. 글쓰기 루틴을 다시 만들기 위해 시동을 걸어보았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일찍 재운다. 일찍 자는 만큼 자유시간이 늘기 때문이다. 일찍 재우는데 비법은 없다. 하루 종일 잘 놀아주면 된다. 자유 시간을 위해 신나게 놀았다. 혀를 깨물어서라도, 허벅지를 꼬집어서라도 잠들지 않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말이다.


나만의 시간에 거창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의미 없고 생산적이지 않아도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며 막걸리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소확행이지 않겠나. 행복은 육퇴 후 마실 막걸리 한 병을 받아 집에 가는 발걸음 소리와 같다.


아이들을 재우고 와인잔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구미호뎐 1938을 볼 생각에 한 달음에 달렸다. 구미호뎐 1938 최종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치열했던 주말 육아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결국 두 병 마시면서 김치콩나물라면을 끓이고 말았지만 말이다.


월요일 저녁은 처남 생일 파티에 비벼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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