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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29. 2023

잘 자! 아빠 꿈꿔!

아빠도 내 꿈 꿔

오랜만에 둘째와 함께 잤다. 솔직히 둘째와 같이 자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사실 첫째랑 언제 잤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쫑알거리다가 새근새근 잠드는 둘째를 보면서 종종 같이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날 잡아서 첫째랑도 자야지.


잠자기 전 책 읽기는 지금까지 지켜 온 수면 의식이다. 양치질을 끝내고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오게 한다. 아이들은 서로 먼저 읽겠다고 난리다. 경쟁하듯 거실에 있는 책장에 나란히 서서 책을 고른다. 한 권이라도 더 읽으려고 책을 바리바리 품 안에 들고 온다.


그날은 안방 범퍼침대에 누워 둘째에게 그림책 두 권을 읽어 줬다. 돌이켜 보면 둘째는 늘 책을 더 읽고 싶어 했다. 한동안 그림책을 다 읽고 유튜브 어린이 동화를 틀어줬다. 직접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줘야 비로소 눈을 감는다. 배를 쓰다듬어주면서 아빠 꿈꾸며 자라고 말했다.


"지호야 아빠 꿈꿔!"
"아빠도 지호 꿈꿔!"
"지호는 어떤 꿈꿀 거야?"
"아빠는 지호랑 푸른 바다 위에 넘실대는 배에 타는 꿈을 꿀 거야!"
"아빠도....... 꿈꿔."


분명 둘째가 기가 막힌 말을 했다. 듣자마자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몹쓸 기억력에 잊어버렸다. 아, 녹음이라도 해둘걸. 둘째의 말을 듣고 그런 말을 할 줄 안다고 놀랐는데 진심 기억이 안 난다. 아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려고 다음 날도 둘째와 잠을 잤다.


"지호야, 어제 어떤 꿈을 꾸라고 했지?"
"몰라. 기억 안 나."
"그럼 지호야 오늘은 무슨 꿈꿀 거야?"
"음... 아빠랑 마트 가는 꿈꿀 거야."
"아빠가 장난감 사주는 꿈꿀 거야."
"그런데 어제는 아빠 꿈꿨어?"
"아니."
"아빠는 꿈꿨어?"
"아빠도 안 꿨어."
(아빤 원래 꿈을 잘 안 꿔!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라서.)
"아빠 꿈꾸지 않으면 진짜 마트 가서 장난감 사줘야 해."
"응?(그건 아니지)"
"아빠가 사주는 거야."
"어?(그만 자자)"
"...................."


둘째는 바로 곯아떨어졌다. 잠든 둘째 얼굴을 보며 매일 밤 좋은 꿈꾸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감사 기도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해야지. 잠들기 전에 어떤 꿈을 꾸고 싶은지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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