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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ug 22. 2023

가을아 빼꼼, 내 인생의 계절

뜨거웠던 여름 뜨겁게 안녕

가을이 왔다. 연일 36~37도를 웃돌던 최고 기온이 한풀 꺾였다. 일주일 전에 28도가 찍힌 차량 온도계를 봤다. 처음으로 가을이 왔음을 느꼈다. 와~ 이제 가을이 왔구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혔었는데 이제는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있으면 살살 부는 바람에 시원하다.


그러고 보니 매미 우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둘째 하원 차량을 기다리고 있으면 어찌나 쩌렁쩌렁 울어 대는지 매미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부터 시끄럽기만 했던 매미 소리가 애처롭게 들린다. 어느새 매미 소리를 밀어내고 찌르륵찌르륵 풀벌레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가을이 빼꼼 고개를 내민 어느 날 하원 길에 우연히 떨어진 낙엽을 봤다. 아들이 낙엽을 보자마자 몇 차례 힘껏 내리밟았다. 바짝 마른 낙엽은 산산조각이 났다. 잘게 깨지는 낙엽이 신기했는지 떨어진 낙엽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밟고 다녔다.


아들이 걸을 때마다 부스럭부스럭 낙엽 밟히는 소리가 났다. 흩어진 낙엽을 끌어모을 때마다 와싹와싹거리는데 낙엽을 하늘 위로 날려 보내는 아들을 보며 계절이 바뀌었음을 새삼 느꼈다.


잎은 언제 물들었으며 또 언제 떨어졌는가. 낙엽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빠졌다. 땅에 흩어진 색 바랜 낙엽들이 나 같아서 서글프기도 했다.


지금 어떤 계절에 머물고 있을까. 계절의 변화를 보고 인생의 계절을 따져봤다. 건강하게 80세까지 산다고 치면 지금 딱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든 무렵이다. 잘 쳐줘서 100세 인생이라지만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나는 진정 가슴 뛰는 삶을 살았나 뒤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속절없이 지나간 지난 세월과 변해버린 내 모습에 적응하지 못할 뿐이다. 남들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건강부터 챙겨야 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영양제 먹듯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고 몸은 언제 다쳤는지 모를 상처와 멍투성이다.


내 인생의 찬란한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남은 시절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아들이 불렀다. “아빠 놀이터에 가자.” 정신을 차려보니 둘째와 셋째가 놀이터 가자고 아우성이다. 뜨거웠던 여름아 안녕!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삶을 위해서 푸르렀던 계절에 작별을 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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