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은 어렵다. 꾸준히 글을 써보겠노라고 마음을 다잡지만 매번 실패한다. 늦장 부리다 결국 글 쓰라고 브런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요즘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제자리에서 깜빡거리는 커서가 이제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멍하니 모니터 화면만 바라보다가 몇 자 깨작거리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손은 까딱까딱 눈은 멀뚱멀뚱 마음은 싱숭생숭.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제는 노트북 켜기가 두렵다. 도대체 뭣하러 힘든 글쓰기를 붙들고 있는 것일까. 글을 쓴다고 돈이 생기지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브런치에서 수익의 기회가 열렸어도 글을 쓰는 대로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발행하기까지 들인 시간, 고뇌, 열정을 생각하면 충분치도 않을 것이다. 솔직히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안 쓰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브런치 작가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만족감은 글쓰기의 또 다른 동기임에 틀림없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기 위한 네 가지 법칙을 소개했다. 그중 새로운 습관이 만족스러워야 행동을 더 반복한다고 했다. 일하고 애들 키운다는 핑계로 꾸준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지는 못하지만 글을 발행할 때마다 느끼는 만족감 내지 희열감은 단연코 꾸역꾸역 브런치 작가 생활을 이어온 동기이자 이유다.
돌아보니 글쓰기는 나를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어떤 주제와 내용으로 글을 쓸지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 것이다. 글의 구성은 어떻게 할지, 쉽게 읽히는지, 적절하게 표현했는지 머리를 쥐어짜면서 나름대로 글을 완성해 간다. 제목을 짓다가 시도 때도 없이 멍 때리기도 한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에 잠기는 것이 즐겁다.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메모는 글쓰기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글감을 따로 적지 않으면 아름다운 신기루밖에 되지 않는다. 일하랴 육아하랴 매일매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삶에서 글감을 놓치지 않으려면 악착같이 적여야 한다. 그것도 귀찮아 처음부터 브런치에 녹음 저장한다. 어느 날은 주절주절 또 어느 날은 키워드 중심으로 작가서랍에 차곡차곡 모아 둔다. 덧붙이고 다듬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글이 된다.
새벽 글쓰기를 하면서 왜 글쓰기가 좋은 습관인지 알았다. 30일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아침 6시에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 가서 운동했다. 그 덕에 최종 원고를 마감할 수 있었다. 새벽에 글을 쓰려면 일찍 자야 한다. 저녁 9시에 자면서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만들어졌다. 바른생활 루틴으로 건강한 삶을 이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30일 동안 심플한 라이프를 살았다.
브런치 작가 자체가 보상이다. 어떤 물리적인 보상이나 이득이 없어도 만족하는 이유다. 만약 먹고사는 문제로 글을 쓰느냐 마느냐 고민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즐겁게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전업 작가의 고충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오히려 명예직 같은 브런치 작가 타이틀이 감사하다. 마감의 압박감 무게를 어찌 감당하리. 종종 브런치 작가 제안으로 받는 뜻밖의 원고료가 더 반갑다.
"글 쓰세요?"
살아생전 품격 있는 질문을 언제 또 받아볼까.
사람들에게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하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적어도 쓸데없는 일한다고 핀잔주는 사람은 없다. 대단하다고 칭찬 일색이다. 살면서 이렇게나 주변의 찬사를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브런치 작가 자체가 보상인 또 다른 이유다. 티는 내지 않지만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말할 때마다 스스로 대견스럽다. 글쓰기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한 취미 생활이다.
글쓰기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무기다. 브런치 덕에 내 인생의 첫 책 원고를 마감했다. 솔직히 아들이 더 난리다. "아빠 책은 언제 나와?" 거실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아들이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기에 아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한다. 민망하지만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다. 물론 첫 책을 출간한다고 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겠는가. 적어도 두세 번 책 쓰는 인생은 살아보고 싶다.
이쯤 하면 글을 안 쓸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매일매일 쓰기까지가 어렵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