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는 상담사가 아니다
학교사회복지사가(교육복지사) 모든 학교에 의무 고용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 최근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두고 전문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가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 쪽에 간신히 서있다. 조직적인 반대 여론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반대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고 분노만 달았다. 댓글을 새로고침할 때마다 반대 댓글들이 찬성 댓글을 성난 기세로 집어삼켰다.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 같은 계약직이 공무원의 거대한 조직을 어찌 감당하겠나 회의감마저 든다.
반은 찬성하고 반은 반대한다.
처음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협회 자격에서 국가 자격으로 바뀌었을 때만큼 기뻤다. 드디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직종에 일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구나. 학교 안에서의 학교사회복지사 역할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뿌듯했다. 언젠가는 모든 초중고에 학교사회복지사가 일하게 될 거야. 개정법률안을 읽으며 기분 좋은 상상까지 했다. 교육부에도 복지부에도 소속되지 못한 서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안 됐으리라. 배치에 대한 법적 보호가 국가 자격 전환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문제는 교사들이 격렬히 반대한다. 개정법률안이 전문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의 고유한 업무와 역할을 세심하게 담아내지 못해 생긴 오해다. 법률 문구만 보면 전문상담교사 입장에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전문상담교사 또는"에서 발끈하지 않았겠나.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직종이 자신의 업무를 대신한다면 어느 누가 가만히 있을고. 경쟁을 부추기고 전문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에게 친절하지 못한 개정법률안이라 반은 반대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가 배치되어야 한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학생 문제를 학생 심리만 다뤄서는 해결할 수 없다. 학생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교육, 상담, 복지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협력해야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온 마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학생과 교사를 자녀와 부모를 가정과 사회를 연결한다. 학생 문제의 예방과 해결에 관심이 있다면 학교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
위기 학생의 맞춤통합지원은 국정과제다. 교육부는 2023년 3월 선도학교와 시범교육지원청을 지정해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 운영 모델을 개발한다. 일환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법"까지 발의되었다. 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학생 중심으로 지원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그에 따라 전국적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에 관련된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우수 사례가 공유되고 학교사회복지사 협회장이 운영 모델을 주제로 연수하는 것을 보면 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가 학생 중심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학교사회복지사 배치를 요구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학교사회복지사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학교사회복지사 또는 교육복지사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이미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가 있다. 교육복지 중점학교에는 교내 사례회의 팀이 있다. 지역이나 학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교감, 교무부장, 상담교사, 보건교사, 교육복지부장(담당교사), 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가 모이며 사안에 따라 담임교사, 부서 담당자, 외부 기관 및 전문가 등이 회의 내용에 따라 달리 참여한다. 정기적으로 지원 팀이 모여 위기 학생을 사례관리 한다. 학생(가정)의 욕구에 맞춰 통합 지원하고 있다. 학생 문제를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교육복지담당부장(교사)은 회의를 주관하고 교육복지사는 학생 문제, 호소하는 어려움을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학생 정보를 종합한다. 교육부가 기대하는 학생 지원을 총괄 연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사례관리 대상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만 학생 특성, 가정환경,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담임교사 의견 등 누적 기록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기대하는 모든 학생이 어떤 지원을 받는지 알 수 있는 종합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면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교사들의 거센 반대가 우려스럽다. 이해관계로 법안 개정이 무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무차별적인 반대와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본질이 왜곡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교사들이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원 자격이 없는 사회복지사에게 상담을 맡길 수 없다. 교육 전문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교원 자격 유무로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은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생기지 않는다. 현장 경험과 노하우, 오랜 사례 연구를 통해 쌓이는 것이다. 또한 상담은 특별한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담은 관계 맺음이요. 진실된 마음에서 시작된 관계가 변화를 이끌고 문제를 해결시킨다. 학교사회복지사도 충분히 상담 자질을 갖췄다.
전문상담교사가 학교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듯이 학교사회복지사도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전문상담교사와 다른 역량과 전문성을 지녔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무자비하게 비난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밥그릇 싸움하러 온 경쟁자가 아닌 학생의 건강한 발달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협력자로 봐야 한다. 생산적인 토론으로 후속 법안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안한다. 모든 초중고에 전문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교사?(교육복지교사?)가 배치되어야 한다.(교사를 붙였다고 또 발끈할지 몰라) 2003년 학교급식법과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영양사가 영양교사가 되었다. 영양교사가 되면서 식생활 교육과 연계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가 학교 생활 적응과 위기 대응에 연계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학생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와 동등한 처우를 바라지 않는다. 대등한 관계에서 한 아이를 효과적으로 돕고 싶을 뿐이다. 최소한의 법률상 근거로 보호받기를 기대한다.
에필로그: 관련 기사를 찾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2005년 한나라당에서 학교사회복지사 의무 고용 추진 법안을 냈던 것이다. 학교 폭력 등 학생 문제를 전담하는 내용으로 학교 폭력 대책 및 예방법 개정하는 법안이었다. 그때 법안이 통과되었다면 어땠을까. 기사문을 읽으면서 책상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