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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꿈이자 취미였던 프라모델

by hohoi파파

아카데미과학은 국내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산 프라모델을 만드는 회사다. 1980년대 전국에 100여 개의 프라모델 회사가 있었다고 한다. 경쟁 회사들이 기술력 부족으로 일본 제품을 카피 생산하고 있을 때 아카데미과학은 직접 금형판을 제작 생산했고, 1969년 창립이래 5,000여 개의 금형판을 제작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지금까지 명성을 얻게 만든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다음 시사IN

생각해 보면 90년대 초등학교 앞 문방구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주말 대형마트에 모인 인파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좁은 문방구에 바글바글 영겨 붙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학교 준비물을 사는 친구들, 종이 뽑기 하는 친구들, 불량 식품 사 먹는 친구들, 오락기에 빠져 있는 친구들에 섞여 눈요기를 제대로 했던 기억이 난다. 매일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프라모델을 구경했었다.

이미지 출처: 좌-해피데이의 블로그, 우-과일짱 블로그

지나고 보니 프라모델은 어린 시절 꿈이자 유일한 취미 생활이었다. 손톱보다 작은 부품을 조립해 완성하면 뭔지 모르게 뿌듯했다. 무엇보다 잡념이 사라졌다. 초등학교 시절 마음이 시끄러울 때마다 프라모델을 사러 갔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완성할 때까지 방에서 안 나왔었는데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친구이기도 하다. 지금으로 치면 반려 프라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용돈을 받을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프라모델을 사 모았다. 방 천장에 전투기들을 두꺼운 실로 고정시켜 매달았고 책상 위와 책꽂이에는 책 대신 로봇을 보기 좋게 진열했다. 진열장만 없었지 그야말로 프라모델 덕후였다. 프라모델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남자아이들의 로망이다. 그럼에도 부모님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상에 앉아 조립이나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등짝 스메싱 감이다.


(추억 팔이를 그만두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어느 날 멘티와 이야기하던 중에 프라모델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와 올해 어떤 활동을 할까 고심하고 있었던 터라 군용 전투기, 헬리콥터, 항공모함 프라모델을 좋아한다는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랑 프라모델 만들어 볼까?", "프라모델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보자.", "집에 있는 프라모델 사진으로 보내줘 봐." 멘티와 이야기하면서 내가 더 신나고 설렜다.


지난주 토요일 드디어 멘토 아이를 만났다. 교육복지실에서 구입할 프라모델을 골랐다. 지마켓 검색창에 아카데미과학 프라모델을 검색했다. 사진 몇 장 보여주다가 아이에게 마우스를 넘겼고 만들고 싶은 프라모델을 직접 골라보게 했다. 한참을 고르던 아이는 항공모함, 전투기, 헬리콥터를 골랐다. 아이의 눈이 번뜩이며 반짝였다. 그 순간 마음의 문이 열렸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휴~ 물꼬를 텄다.

와우! 스마트폰 게임할 시간에 프라모델을 조립해 보자고 꼬드겼는데 먹혔다. 내친김에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같은 반 친구들 네다섯 명을 더 모아 동아리를 운영해 보는 것은 어때?", "학교 동아리 발표제 때 프라모델을 전시해 보자."라고 말하며 활동 범위를 조심스럽게 넓혔다. 여름 방학 때 서울에 있는 프라모델 성지에 가볼 것이다. 네이버 하비 코리아나 건담 베이스 아이 파크점이나 조이하비에 가서 구경하면 좋겠다.


(속으로 기획력 뭐지? 감탄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학교생활에 생기를 되찾으면 좋겠다.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닌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꿈을 꾸길 바란다. 반려 프라모델과 함께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동아리 활동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기를 기대한다. 웅크린 아이의 꿈이 커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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