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가치를 심는 교육복지사
5월 31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함께 반려 식물을 심었다. 매년 4~5월이 되면 자기가 키울 식물을 고르고 그림봉투화분 키트에 씨앗볼을 심는다. 올해는 방울토마토, 해바라기, 나팔꽃, 패랭이꽃, 바질, 봉선화 반려 식물을 준비했다. 그날은 30여 명의 1, 2, 3학년 학생들과 자신의 반려 식물이 자라날 모습을 상상했다.
"작은 씨앗이 자라 꽃이 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서 봉투화분에 그려보자."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물, 빛, 바람, 흙..."
"너희들의 따뜻한 관심과 돌봄이면 충분할 거야."
"태명을 짓듯 나의 반려 식물에 이름을 지어보자."
"매주 한 번 교육복지실에서 와서 물 줄 거야."
"쑥쑥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불러보자."
"지난주와 비교했을 때 뭐가 달라졌는지 관찰해 봐."
매주 한 번씩 자기 화분에 물을 주고 그림관찰일기를 쓴다. 빈 땅에서 싹이 틔고 꽃이 피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기획했다. 반려 식물을 키우면서 정서적 안정 효과를 바라지만 그보다 반려 식물 키우기를 빌미로 교육복지실에 찾아오게 한 것이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회적 고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사실 60명 정도 되는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볼 수 없어 생각해 낸 묘안이다.
“반려 식물” 키워드를 검색하다가 서울시에서 식물을 나눠 준다는 뉴스를 발견했다. 고립, 은둔 청년 500명에게 식물을 보급한다고 한다. 그중 희망자 300명에게는 대면 원예치료와 허브 식물 조리 체험을 제공한다. 지난 4월에 농업기술센터 내에 반려식물병원을 개원했다는데 기사를 읽으며 반려 식물의 인기를 실감했다.
“식물은 존엄하다"라는 국내 최초로 식물 존엄성 선언이 나왔다. 농촌진흥청과 (사)인간식물환경학회가 춘계 학술토론회를 열고 발표한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혼자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선포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학술토론회가 아니었을까.
“식물은 생태계의 존속과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인간과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살아있는 생명체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갖는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식물의 존중과 배려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종과 개체로서의 식물의 존엄성을 요청한다(식물 존엄성 선언문 일부).
-농민신문 기사문-
하지만 현실은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판친다. 사회 구조는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내몬다. 조금이라도 손해 볼 것 같으면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린다. 슬프지만 교육 현장도 별반 다를 것 없다. 성적으로 서열을 나누고 대학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어찌 친구들과 공존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각자의 방식대로 더불어 사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강퍅해지고 있는 세상이 조금은 말랑해질 것이다.
아이들은 공존의 가치를 심었다. 매주 자신의 반려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하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직접 챙기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것이다.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꽃이 피거나 열매 맺을 것인데 아이들이 반려 식물과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너도 나도 새로운 관계는 시작되었다. "선생님 물 주러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