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50분. 암 투병 중인 아버지가폐에 찬 물을 빼러 시술장으로 들어갔다. 보호자였던 아버지가 이제는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 옆에서 보호자 출입증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려 왔다.시술장으로 향하는 복도가 이렇게적막할 수 있을까. 몇 개의 문을 지나가니 긴 복도가 펼쳐졌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길일 것이다.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머리맡만 보고 따라왔다.돌아갈 길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로처럼 여러 갈래 길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복실 앞 대기자실에 도착했다. 먼저 온 다른 환자의 보호자가 시술이 잘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시술장으로 오는 길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만 끔벅거렸다.지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버지의 손도 못 잡아 드렸다. 잘 다녀오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따라 아버지가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