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나는 낚시에 대한 로망이 있다. 배워본 적은 없지만 가끔 망망대해에서 홀로 서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그때 나의 모습은 잡은 물고기를 들어 올리기도 벅차다. 비록 상상이지만 그때 느껴지는 희열감은 말로 설명 못한다.
[도시 어부]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즐겨보지는 않지만 평소 낚시에 대한 호기심에 가끔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패널들이 서로 황금배지를 얻기 위해 경쟁을 한다. 하지만 결코 성과만 집착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낚시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낚시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내공이 다르다. 그들은 물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물론 낚시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행위이지만 말이다. 오직 물고기를 잡는 것이 목표이고 잡은 수와 크기만을 위해 경쟁하고 노력한다면 낚시는 즐겁지가 않다. 그야말로 피곤한 일이 된다.
즐기는 사람은 낚시 자체의 과정을 즐길 줄 안다. 던져 놓은 찌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에 지루해하지 않는다. 입질할 때까지의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것이다. 때로는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놓아줄 줄 안다. 어떻게든 억지로 결과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처럼 낚시의 전체 과정을 즐겨야 낚시하러 다시 올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일을 끝까지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좋은 결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매번 기대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철저한 계획과 목표를 이룰 전략을 세운들 예상을 벗어날 때가 많다. 때로는 좋지 않은 결과로 낭패를 보는 일도 마주한다. 인생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 지루하지 않은 것이다.
12월에 아이들과 덕유산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은 안개가 자욱했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짙어진 안개와 매서운 칼바람은 우리의 체온을 더 떨어트렸다. 설상가상으로 비가 흩날렸고 아이들의 복장도 얇은 바람막이가 전부였다. 계속해서 산행하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결국 정상 가까운 거리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아쉬웠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날씨에 맞게 준비하고 다시 와야겠다는 마음만 들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은 없는 것 같다.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를 기다릴 때는 나의 통제권을 벗어났으며 이미 나의 손을 떠난 일이다. 그렇다고 할 때 인생은 어떤 목표의 결과, 성과를 내는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갈 때 좋은 성과, 결과만을 좇는다면 당장이라도 떼려 치우고 싶은 마음만 들 것이다. 결과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미루고 미래의 좋은 결과만을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버틴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자신이 기대한 결과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고 확실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나의 인생의 전부를 거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행복감은 결과에서 과정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끝낼 필요는 없다. 멈춰야 할 때, 쉬어야 할 때, 포기할 때의 순간을 알고 얼마든지 자신의 목표를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뭐든지 열심히 한다 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좋은 성과는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 도구에 불과하다.
행복한 인생은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리는 문제를 마주하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타인이 이끄는 대로 살기보다 자신의 욕구에 정직할 때 행복하다.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살필 수 있어야 행복을 나눌 수 있다. 모든 선택과 결과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는 태도를 가진다면 지루해 보이고 고통스러워 보이는 긴 과정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