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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와 토끼의 달리기 경주

자신만의 속도 지키기

by hohoi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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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가라." 이 말이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다르게 말하면 "자기답게 살아가라."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자기 다움은 무엇일까.


요즘 자기답게 살기란 무척 힘들다.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타인의 삶이 쉽게 노출된다. 남과 나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사회는 타인의 삶을 동경하고 흉내내기 바쁘다. 상대적으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의 속담처럼 자기 분수, 나의 걸음을 지켜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도 잊고 살 수밖에 없다. 욕심내고 흉내를 내면 마치 황새가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이다.(성장을 위해 타인을 모델로 삼는 것은 필요하다. 뭐든 맹목적이고 지나치면 탈이 난다.)

등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 만의 속도를 지키지 않으면 정상에 오를 수 없다. 오르더라도 산행의 즐거움을 오롯이 만끽하지 못한다. 이 사실은 학생들과 산에 오를 때마다 깨닫는다. 남이 뛰어간다고 내가 뛰어가고 남이 쉰다고 걷는 속도를 줄이거나 쉰다면 자기 페이스가 깨지고 만다. 그때부터 산행이 고행이 된다. 더 이상 산행이 즐겁지 않고 힘들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언젠가 이영자가 군부대에서 했던 강연이 아직도 강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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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는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행동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생선가게 했을 때부터 생겼다고 했다. 자신의 옷에 생선 비린내가 났고 냄새나지 않을까 확인하는 행동임을 고백했다.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어 열등감은 자신과 타인을 왜곡 되게 만든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나는 생선 비린내는 다른 냄새마저 집착하게 했고 킁킁거리는 습관을 만들었다. 누가 냄새라는 단어만 꺼내기만 해도 위축되고 다툼이 되었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사실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먹고 맛을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누구보다 탁월했기에 이영자의 고백은 나를 당혹게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봤을 때는 음식을 좋아해서 생긴 습관이라고 여기기에 충분하다. 이영자는 군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을 예화로 들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솝 우화 이야기다. 토끼 같은 사람들에게 상대를 얕잡아 보는 태도를 경계하라. 거북이 같은 사람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결국 좋은 결과가 있다는 교훈이 순간 스쳤다.


열등감을 깨부숴라. 이영자는 군 복무하는 동안 자신의 열등감을 들여다보고 박살 내라고 당부한다. 내가 예상했던 교훈과 달라 당황하면서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이영자에게 놀랐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누가 봐도 토끼가 이기는 경기였다. 거북이도 알았을 것이다. 이 경기는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거북이는 토끼의 요청에 담담하게 응한다. 만약 거북이가 열등감에 절어있었다면 토끼를 무시했거나 화냈을 것이다. 회피했을 가능성이 높다.


거북이는 자기 속도로 달렸다. 달렸다는 것은 자신의 열등감을 인정하고 극복했다는 말이 된다. 토끼처럼 빨리 달리기 위해 어설프게 흉내 내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속도로 경기에 임했다. 물론 상대 역시 경기에 충실히 임했다면 토끼가 이겼을 것이다. 어쩌면 거북이는 토끼를 이기는 것보다 경기 자체에 의미 두지 않았을까.


자기다움을 찾는 과정은 열등감을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 임하는 일 같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집착하고 감추기에만 급급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자신에게 시선을 옮기는 일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부단히 나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거북이가 달리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경기는 예초에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 마치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교와 무엇이 다를까. 연봉순으로 직업의 좋고 나쁨을 순위 매기는 사회도 다름없다. 적어도 다름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각자 가진 강점과 재능으로 자기다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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