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홀연히 떠나버린 나의 청춘, 어느 날 마흔이 불쑥 찾아왔다. 40대에 접어든 지 3년 차가 되었지만 '마흔'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생소하고 낯설다. 42살의 어제와 43살의 오늘이 딱히 다르진 않지만, 뭔지 모르게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아 허망하기만 하다.
100세 시대라고 한다면 아직 인생의 절반조차 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까지 온전한 정신과 육체로 살리란 법은 없다. 지금부터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문득문득 남은 삶을 돌아보는 것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다운 삶을 위해.
지난해 동료 교육복지사들과 독서 모임 중, 어느 작가님의 자택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작가님의 집을 방문하는 거라서 기대가 컸다. 그 당시 평생 글을 쓰고 책을 내며 살겠노라고 우쭐한 터라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작가는 어떤 공간에서 지낼까, 특히 작가님의 서재가 궁금했다.
현관문에 들어섰을 때 거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였다. 흰색으로 페인트칠된 나무 책장이 천장까지 짜여 있었다. 책장 안에는 책들로 빽빽이 꽂혀 마치 성벽 같았다. 놀랍게도 모든 방이 책으로 쌓여있었다. 책으로 둘러싸인 거실에 앉아 연신 감탄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난다.
쿰쿰한 종이 냄새와 흙내 나는 나무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그때부터 동네 골목길에 작은 서점을 차려보고 싶은 로망이 생겼다. 남은 삶을 종이 냄새와 나무 향기가 가득한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언젠가는 나만의 공간에서 책을 쌓아두고 하루종일 글과 씨름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겠지.
독립서점이 좋아진 이유다. 가족 여행을 갈 때마다 경유지에 인근 독립서점을 끼워 놓는다. 독립서점마다 다른 고유한 분위기, 큐레이션을 보는 재미가 있다. 서점에 들어서면 새로운 영감이 꿈과 연결된다. "건물주는 되어야 독립서점을 운영할 수 있겠지? 로또를 사야 하나?" 혼자 헛웃음을 짓지만 이미 글과 책은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다가왔다. 3년? 5년 안에 나만의 서점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기필코. 부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