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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꿈터샘의 뇌구조

by hohoi파파

아이들과 세 번째 그림책 모임을 가졌다. 삼삼오오 모여 지난번에 읽었던 그림책을 빠르게 훑으며 중요한 장면을 다시 읽어주었다.


첫 번째로 본 책은 낸시 칼슨 저자의 책인 [난 내가 좋아!]였다. 이 그림책은 주인공 소녀 돼지가 자신을 어떻게 돌보고 아끼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남들이 보면 놀림거리가 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오히려 좋아한다. 여러 장면 가운데 거울을 보며 환히 웃는 얼굴로 자신에게 좋은 말을 건네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처음부터 돼지 소녀는 돌돌 말린 꼬리, 통통한 배, 조그만 발을 좋아했을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며 생각해 보았다. 분명 처음부터 돼지 소녀가 자신의 모습을 좋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면서 점차 달라지지 않았을까. 자신과 함께 즐거운 일을 하며, 자신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력하고 시도하면서 서서히 좋아하게 된 것일 것이다.


두 번째 책은 최숙희 저자의 책 [넌 어떤 씨앗이야]였다. 사람마다 품은 씨앗은 다르다는 것을 말하며 계절에 따라 꽃이 피듯 너희들도 새싹이 움트는 때가 오면 언젠가 꽃을 피울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돼지 소녀가 자신을 아끼며 건강하게 지낸 것처럼 너희들도 그렇게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날은 채정택 저자의 [빨강 머리 토리] 책을 읽으려 했지만 활동지를 준비하지 못해 다른 작업을 했다. 머릿속에 어떤 생각과 감정들이 자리 잡고 있고, 고민과 관심거리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의 뇌구조’ 활동지를 나눠주었다.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머릿속을 꾸몄고 나도 보란 듯이 채워 넣었다.


가장 큰 말풍선에는 ‘가족’을 적었다. 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 다섯 식구가 함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아래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적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이어진 미래 걱정도 함께 담았다.


"지지부진한 두 번째 원고 작업을 잘 마칠 수 있을까?"


매주 일요일 오후 4시에서 6시, 일주일 동안 허락된 단 두 시간의 자유 시간인 ‘축구’를 적었다. 며칠 전 진도 여행을 다녀온 터라 ‘여행 가고 싶은 마음’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밑에 자리 잡고 있는 건강은 무엇인고. 늘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있을 뿐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꽃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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