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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채비

앗싸! 자체평가보고서 다 썼다

by hohoi파파

가을이 오기 무섭게 겨울 맞을 준비를 한다. 지금도 꺼내다 만 가을옷이 정리되지 않은 채 옷방 한편에 널브러져 있다. 이러다 다 입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옷장 속으로 들어갈 것이 자명하다.

다음 주에 첫눈이 온다는 소식을 인스타 릴스에서 봤다. 해마다 봄·가을이 짧아진다고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짧게 느껴졌다. 단풍을 눈에 담기도 전에 붉게 타들어간 잎들은 바스락거리며 길바닥에 나뒹굴고 가로수 길은 어느새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다. 곧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면 '또 언제 겨울이 왔지' 하겠지.


지난주 출근길 교장선생님께서 부랴부랴 수레를 끌며 “나 좀 도와줘” 하고 부르셨다. “이 식물은 겨울나려면 안으로 들여야 해.” 손짓하는 곳으로 따라가 보니 봄 여름 가을 내내 현관 앞을 지키던 화분들을 가리키며 실내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했다. 교장선생님과 함께 현관 중문 사이 통로로 화분을 하나씩 옮겼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문 너머 작은 정원으로 옮겨졌다. 아이들과 반려 식물을 키우겠다며 다이소 울타리로 둘러 두었던 그 공간. “언제 정리하신 거지?” 오밀조밀 놓여 있던 화분들이 자취를 감춘 것을 그제야 알아챘다. 그동안 무심했구나. “아마도 화단과 식물 가꾸기에 진심이신 교장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옮기셨겠지.”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나씩 해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교육복지실도 2026년 새해를 맞기 전에 올해를 돌아보고 있다. 지금은 2025년 자체평가 보고서를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위기 학생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1년 사업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육청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면 어느새 11월은 훌쩍 지나가 있고 방학을 앞둔 마지막 한 달만 남는다.

문득 평가서 내용을 채우다가 내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조금은 걱정되고 또 조심스레 바라게 된다. 학맞통(학생맞춤통합지원) 제도의 전면 시행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 텐데 낯선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까. 두려움이 스치면서도 2026년에는 어떤 기획과 아이디어로 한 해를 채워가게 될지 설레기도 한다. 작은 기대와 반짝이는 상상을 하다 보면, 마음속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낀다.


며칠 사이 자체평가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올해도 무사히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까지 잘 버텨냈다.

저 붉은 노을처럼 한 해 가득 채운 생각들이 저녁 해저무는 속에서 성숙해 간다. 다시 밝힐 아침을 준비하듯 나만의 2026년을 조용히 기다린다. 더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처럼 붉게 익어가는 시간이다. 석양 아래에서 다가올 새해를, 새로운 변화를 위하여. 다 차치하고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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