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처음 간 졸업식, 교육복지사가 배운 이별

by hohoi파파

교육복지사로 일한 지 12년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한 번도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나도 모르게 졸업식은 담임교사와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의 자리라고 여겨왔는지 모른다. 그동안 교육복지사는 아이들의 관계 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업식 날이면 조용히 교육복지실에 남아 자리를 지켰다. 그게 나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올해는 문득 마음이 달라졌다. 아이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라고,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말해주면 좋지 않을까. 그것이 관계를 맺고 시간을 함께해 온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꼭 건네야 할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졸업하는 아이들을 위해 편지와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우리 학교의 아이들이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과 걱정, 그리고 꿈을 적어 넣던 그 우체통에 애칭으로 답장을 써주던 분들께 도움을 부탁드렸다. 선생님들께는 어떤 학생인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아이를 대표하는 몇 가지 키워드만 적어 드렸다. 그 키워드를 보고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새싹온온 서포터즈로 1년 동안 애쓴 아이들과 이곳저곳을 함께 다녔던 멘티에게는 적어도 편지 한 장은 꼭 써주고 싶었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을 담아 사진 여덟 컷을 포토프린트로 뽑았다. 사진 뒷면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편지를 한 장 한 장 적어 내려갔다. 여학생에게는 다이어리를, 남학생에게는 충전식 손난로를 준비했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처음으로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향했다.


마침 아이들이 한 명씩 상을 받고 있었다. 무대 위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교육복지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아이,하던 학교에 합격했다며 복지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환한 얼굴, “선생님, 저 요즘 좀 괜찮아요.”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던 아이의 모습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애를 쓰던 아이들이 졸업식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작별이 될 것 같았다. 잘 견뎠다.


졸업식장에 가기 전 먼저 복지실에 찾아와 마지막이라면서 “이제 가야 해요”라고 말하던 아이, 사진 찍자고 말하는 아이, “중학교 가서도 놀러 올게요”라며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들고 웃다가 뒤돌아 뛰어가던 아이를 보며 작별 인사를 건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이렇게 웃으며 서로를 축복해 주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복도에서 흐느끼며 엉엉 울던 아이들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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