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의 기록
12년 차가 되어보니 일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입 시절에는 패기와 열정, 오기 하나로 일을 밀어붙였다. 그때는 젊어서 지치지도 않았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격다짐으로 일처리를 해도 남들이 칭찬해 주고 그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았던 시기였다.
연 차가 쌓으면서 하나둘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생겼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행복하게 하는 법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커리어 중에 넉다운되지 않고 이 일에 회의감이 들지 않으려면 나만의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교육복지사에게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복지사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일을 한다. 학생과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다. 그 과정에서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그러다 보면 학생 한 명을 둘러싼 관계들을 마주하게 된다. 또래 친구들, 부모와 담임교사, 교사들. 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는 개인의 노력,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심과 지지, 안정적인 환경이 함께 갖춰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나를 지켜야 한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라도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 아이의 변화는 생각보다 더디고 관계는 쉽게 흔들린다. 마음이 먼저 닳아버리면 아무리 좋은 의지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마음챙김은 소진을 피하기 위한 사치가 아니라 이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교육복지사는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되 어른으로서의 기준과 모델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다. 자기감정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지키고 유지해야 할 거리와 균형이 쉽게 무너진다. 마음챙김은 아이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휘둘리지 않게 해주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나답게 일하기 위해서다. 마음이 소진되면 태도가 달라진다. 아이가 내비치는 감정과 마음이 담긴 말과 행동을 도움이 필요한 신호로 보지 못하고 그저 피하고 싶은 마음에 외면하게 된다. 마음챙김은 내가 처음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고 앞으로 어떤 교육복지사가 되고 싶은지를 다시 묻게 한다.
누구는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한다. 산책과 명상, 요가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 일상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마음을 챙길까 고민하게 되었다.
어느 심리 상담사는 "오늘의 하늘 찍기"라는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한 번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하늘을 보며 그날의 좋은 기분을 저장한다는데 매일 다른 하늘을 찍으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다.
2026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나만의 소소한 마음챙김을 노트에 적어보았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일터에서 나를 돌보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다짐으로. 특별하지 않아도 매일 반복할 수 있는 것들로 나를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다.
출근하자마자 교육복지실 환기 시키기
아침 10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목록 쓰기
매일, 출퇴근 전후 25분 책 읽고 글쓰기
차를 마시며 교육복지실 창밖 바라보기
점심시간 학교 돌길을 걸으며 산책하기
마음챙김은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일이다. 나를 먼저 챙긴다는 것은 대충 일하고 덜 애쓰겠다는 말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선택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아이들을 돕기 위해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오래 나답게 하기 위해 먼저 나의 마음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