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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25. 2019

4살 아들은 지금 배변 훈련 중입니다

최근 다시 변기에 똥을 싸고 있어요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결정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에서 아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이내 "아빠 뭐 사 왔어?"라며 묻는다. 최근 아이스크림을 사거나 아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챙겨서 선물이라며 주곤 했다. 그래서일까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우당탕탕 소리 내며 어디론가 숨는 아들 뜀박질 소리가 현관문 밖에서 요란하게 들린다. 발걸음에 아들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아 내가 더 웃긴다.


  어제는 연수 때 주었던 호두과자와 튀김 소보루를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 생각에 먹지 않고 챙겼다. 간식을 받고 좋아할 아들이 떠올라 연수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방방 뛰며 좋아할게 분명하다. 어쩌면 나를 반기는 아들의 모습이 더 좋은 것 같다.(최근 부쩍 큰 아들의 모습에 신기하기만 하다.)


나: 유호야 아빠가 오늘 변기에 똥을 샀다길래 산타 할아버지께 말했더니 선물을 주신 거야! 선물을 받으려면 눈감고 서 있어야 해! 질끈 눈을 감고 한 발짝 물러서는 아들이다.(이럴 때는 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지 모르겠다.) 유호야! 손 내밀어봐.

아들: 와와와 소리 지르며 호두과자와 소보루를 받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정말 신나 보였다.


  최근 아들은 배변 훈련하고 있다. 사실 같은 또래보다 기저귀 떼는 신호가 빨랐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빨리 떼도록 도왔다면 벌써 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아무튼 최근 다시 변기에 똥을 싸고 있다. 변기에 쌀 때마다 격한 칭찬과 함께 아들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보상을 주고 있다.  

    사실 나는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다.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다툼을 자주 목격했다. 물론 크리스마스 때 트리를 만드는 아버지의 좋은 모습도 있다. 좋은 기억이 더 있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기억의 오류가 있듯 안 좋은 기억이 좋은 기억을 삼켜 버렸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건강한 모습,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심어주고 싶어 한다. 나중에 아들이 크면 묻고 싶다. 꼭 물어볼 것이다. 아들아! 너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니?라고 말이다. 상상만 해도 벅차다.


  "아빠는 친구 같았고 닮고 싶은 사람이에요."라고 아들이 말했으면 좋겠다.


  아들아! 아빠가 욕심이 너무 많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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