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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Feb 07. 2019

아들의 무서운 언어 습득력

4살 아이의 언어발달

 

  설 명절 연휴 마지막 오후는 집에서 보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낮잠을 늘어지게 잤다. 2시간 정도 잤을까 아들은 혼잣말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육아를 알리는 알람시계였다.


오늘은 뭐하고 놀지?


  저녁 먹기 전까지 아들과 자석 블록 놀이를 했다. 아들은 성격이 급한 모양이다. 블록을 만들다가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일부러 부서 버린다. 요즘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못 마땅한지 아들은 내가 만든 블록을 이리저리 마구 흩트린다.


"잉잉 하면 안 되지"

"잉잉 하면 안 만들어져"

"또 만들면 되지"


  잘 안되면 짜증내고 속상해하던 아들에게 반복했던 말이다. 오늘은 아들이 나에게 한 말이도 하다.


  자석 블록으로 자동차를 만들었다. 아들에게 보여주려고 들어 올렸다. 크게 만든 탓일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와르르 자석이 떨어졌다. 한순간에 자동차가 부서졌다.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들 반응이 궁금해서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했다)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아들이 내 눈을 보고 위로해준다.


"잉잉 하면 안 되지"

"잉잉 하면 안 만들어져

"또 만들면 되지"


  속으로 와! 감탄사가 절로 났다. 아들이 많이 컸구나 새삼 느꼈다. 감탄도 잠시 아들 앞에서 허투루 말을 해서는 안됨을 느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아이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있는 그대로 빨아들이며 크고 있었다. 아이의 놀라운 성장 속도를 아들을 키우면서 실감하는 중이다.


  요즘에는 지나가는 말도 흘려듣지 않고 따라 한다. 아들의 입에서 우리가 했던 말을 들으면 놀라면서도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언제 들었지, 어떻게 기억하지 신기하면서도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신경 쓰인다. 아들은 말의 좋고 나쁨의 뜻을 알지 못하고 우리의 반응에 별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 같다.(무관심 VS 그만두기 사이에서 우리도 곤욕이다.)


  아들이 쉽게 짜증내고 포기할 때마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로 아들에게 계속해서 말했던 것 같다. 나의 진심을 알았을까 짜증 내던 아들도 이제는 "어떻게 하지"라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아닐 때도 많다.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랬다.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결정된다. 물론 완벽한 부모는 없다. 나 역시 완벽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 생각, 행동은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이의 인성, 성격, 말투가 부모로부터 완성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신경쓰이고 조심스럽다.


   사실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하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와 갈등이 생겼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양육과 훈육 사이에서 일관된 태도를 가지는 것, 아이에게 긍정적인 믿음과 피드백을 주는 것,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쏟는 것뿐이었다. 한마디로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 모든 것이 언젠가 아이에게 스며들 것을 믿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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