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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Feb 15. 2019

첫째 때와 전혀 다른 둘째 출산 풍경

가장 감동적인 순간

  드디어 기다렸던 둘째가 태어났다. 2월 22일이 출산 예정일이었지만 이 보다 더 빨리 태어났다. 사실 나는 18일에 태어나길 바랐다. 아쉽기만 하다. 그것을 바란다고 그렇게 될 일은 아니지만 18일에 태어났으면 남자 셋(나, 두 아들)이 태어난 날짜가 같아서 뭔지 모를 기대감이 있었다. 어쨌든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 아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첫째는 가족분만을 했다. 그땐 별생각 없이 얼떨결에 했던 것 같다. 남편으로서 출산 과정에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같다. 어쨌든 첫째 때 경험을 해보니 가족 분만하기를 잘했다 생각이 든다. 그래서 둘째도 가족분만을 했다.


  어떤 산모는 남편이 출산하는 자신의 모습을 안 봤으면 하는 생각도 가진다. 남편에게 이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가족분만은 남편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출산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임신부터 출산까지 남편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남편의 참여는 중요하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산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와 함께 호흡하고 손잡아주는 일과 아내의 비명소리에 더 놀라고 긴장하지만 함께 버티며 곁에 있어주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줄 모르는 남편이 가장 큰 힘이 되는 순간이다.

태교 여행에서

# 태교

  태교는 내가 아닌 첫째가 했다. 첫째 때는 오롯이 태교부터 출산까지 아내와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째는 그러지 못했다. 둘째의 태교는커녕 아내의 퉁퉁 부어오르는 손과 발을 안마해주는 일도 쉽지 않았다. 퇴근하면 첫째랑 놀아주기 바빴고 피곤한 몸에 매일매일 하던 마사지도 건너뛰기 일수였다.


  둘째는 첫째의 목소리에 반응을 더 보였다. 그래서 태교를 첫째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아니 첫째가 한 게 분명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첫째가 아내에게 하는 말은 "아침 해가 밝았어요." (뽀로로 동요에서 들은 말 같다.) 이어 아들은 아내의 윗옷을 들추고 배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댄다. "주주는? 주주는 뭐랄래?(뭐라고 해?)"라고 말하며 항상 동생에게 관심을 보이고 말을 건넨다. 내가 주주라고 해도 형의 목소리를 아빠라고 생각할 것 같다.


#출산

  첫째와 함께 한 둘째 출산은 특별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예정일보다 진통이 빨리 왔고 진통 주기가 병원에 가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날 출산을 하리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첫째와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갈 겸 온 가족이 함께 갔다. 오늘 출산해도 될 것 같단 말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우린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첫아이가 태어날 때는 탯줄 자를 때가 가장 감동이었지만 둘째 때는 첫째가 동생을 맞이 하는 순간이 가장 감동이었다. 실제로 동생을 마주해서 그런지 첫째도 호기심을 보였다. 첫째는 동생 곁을 떠나지 않았고 계속해서 하염없이 바라봤다. "엄마 수고했어요." 첫째에게 엄마에게 해보라고 시킨 말이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의 모습도 다르다. 지금 출산한 지 사흘이 지났다. 하지만 둘째를 본 것은 출산 때와 어제, 오늘 세 번이 전부다. 반면에 첫째 때는 수시로 아이를 보러 갔었다. 산후조리원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 뜨러 가는 길에도 화장실 가는 길에도 나갔다 들어오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는 출산 한 아내와도 함께 하지 못한다. 첫째를 전담하느라 조리원에 못 가고 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을 때 혼자 지내게 해서 미안할 뿐이다. 첫째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직 보내지 않아 더욱 비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예상은 했지만 산후조리원에 2주 동안 있는 것도 길다는 아내의 말이 왜 이리 아픈지 모르겠다.


  #특별휴가는 첫째와 함께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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