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산, 숲속 작은 도서관
오늘은 아들과 건지산에 갔다. 작년에 왔지만 모기가 너무 많아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쉽기도 했고 그때는 아들 역시 어려서 숲에서 놀기가 적당하지 않았다. 4살이 된 아들은 어떨지 궁금했다. 솔직히 그때 못 본 숲 속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 궁금해서 간 이유도 있다.
건지산은 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없이 다닌 곳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소풍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던 곳이다. 건지산을 경유해서 전주동물원으로 항상 걸어갔었다. 질릴 만도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아들과 같이 오다니 세월이 참 많이 지났다.
"바스락바스락 무슨 소리야?"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아들에게 물었다. 유심히 듣던 아들에게 "낙엽 소리야!"라고 말해주었다. 소리가 신기하고 재밌던지 아들도 나를 따라 쿵쿵 뛰며 낙엽을 밟았다. 한동안 낙엽에서 놀았을까. 문득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있은 이유를 설명해주고 싶었다.
"유호야 낙엽이 왜 있을까?" 아들에게 물었다. "하늘을 봐봐! 앙상한 가지가 있는 나무만 있지?" 앙상한 가지가 맞닿아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게 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좋았다.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려고 가을에 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대" 설명해주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아들은 그제야 알았다는 표정으로 "네"대답을 했다.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건지산 입구에서 몇 미터 걷다 보면 숲 속 작은 도서관이 보인다. 숲 속에 도서관이라니 이곳에서 책을 읽는다면 아무리 몸과 마음이 지쳐있어도 힐링이 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도서관 안에는 이미 남녀노소 한자리에 앉아 자신의 책을 읽고 있었다. 이 모습만 봐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상수리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도서관 안 까지 들어왔다. 따뜻해 보였다. 어떤 사람은 그 햇살을 조명 삼아 책을 읽고 있었다. 잠시 드는 생각이었지만 나도 혼자 있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들과 들어가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될게 분명했다. 아쉽지만 도서관 이용은 나중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도서관 바로 옆에 상수리나무가 많이 있었다. 아니라 다를까 다람쥐 먹어를 모으기 위한 도토리 저금통이다. 아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유호야 이게 뭘까?
음... 다람쥐네!
맞아. 다람쥐 먹이를 모으는 저금통이래.
아...
도토리는 누가 먹지?
다람쥐.
다람쥐는 겨울이 되면 뭘 준비한댔지?
어. 도토리.
그렇지! 땅속에 숨겨놓지?
겨울이 되면 도토리도 없고 먹을 게 없어.
추운 겨울을 이겨내려고 미리 준비한대!
오케이?
네.
다람쥐 먹이 저금통을 유심히 보는 아들. 울고 있는 다람쥐 그림을 보고 자기도 도와줘야겠다며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찾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걷어내며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상수리나무를 구분하지 못해 헛수고만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한 어르신이 지나가는 길을 멈추고 주위를 한번 휙 하고 보더니 도토리를 주워다 주셨다. 아들은 손에 가득한 도토리를 보고 기뻐했다.
아들은 요즘 충분히 걸을 수 있는데 안아달라고 한다. 16kg 정도 되는 아들을 안고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팔운동이 될 정도다. 말도 빨라서 더 이상 못 들은 척하거나 다른 말을 하면 안 된다. 아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결국 내가 지고 만다.(이기고 지는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많이 지는 것 같다.) 헛웃음이 나지만 그 모습까지도 귀엽다.
안아주면 편할 것 같은데
"안아주면 보일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면 안 안아줄 수가 없다. 언제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할 뿐이다.(오늘도 졌다.)
아들은 전주마트와 홈플러스 단어를 빨리 말했다. 우리가 자주 가서 장을 보는 곳이기도 해서일까. 아들은 그곳이 좋은가 보다. 사람도 많고, 먹거리도 많고 구경할 거리도 많은 곳이라 좋아하는 것 같다. 매일매일 홈플러스 근처만 지나가도 홈플러스 가자고 하는 아들이다. 그래서 오늘도 갔다.
홈플러스에 오면 아들이 달려가는 곳이 정해져 있다. 애완동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작은 공간에 토끼와 앵무새가 있고 온갖 종류의 열대어와 거북이가 있다. 햄스터도 있다. 이곳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마치 의식을 치르는 마냥 바로 옆에 있는 책과 장난감을 파는 코너로 간다.
헬로카봇을 구경하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본다. 모스쿵, 티라쿵, 한글을 모르는 아이가 그림만 보고 척척 말하는 게 신기하다. 그다음은 뽀로로, 그다음은 중장비다. 굴삭기, 트럭, 레미콘을 만지작 거린다. 이 모든 것을 마치 쇼핑을 즐기는 어른처럼 행동하는 아들이 귀엽다.
그렇다고 아들이 무작정 사달라고 조르진 않는다. 떼를 쓰고 바닥에 뒹굴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들은 아이쇼핑만 즐긴다. 정말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가끔 잉잉 사달라고 하지만 절제할 줄 안다. 그런 아들이 짠하기도 하면서 감사하다.
아내가 했던 훈육의 효과다. 아들이 조르면 "뽀로로는 여기 있는 것이 행복하대! 뽀로로도 가족이랑 있고 싶대.", "다음에 올게 잘 있어!"라고 말했다. 정 안되면 "집에 같은 거 있어서 사면 아까워요!"라고 일관되게 아이에게 말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듯 이젠 아들도 알아듣나 보다.
오늘 여행의 마지막은 역시 시식 코너다. 아들은 이마트 시식 코너를 즐기지만 오늘은 홈플러스 시식 코너에 갔다. 아쉽게도 홈플러스는 시식 코너가 이마트만큼 다양하지 않다. 그 점은 부모로서 아쉽다. 어쨌든 오늘은 아들이 우동과 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우동먹는 아들 사진을 보고 배고팠구나 반성했다. 눈동자에 배고픔이 느껴진다. 아들아 미안해. 아빤 엄마만큼 섬세하지 못해. 이해해주라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