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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r 08. 2019

이름 짓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이 이름 짓기

  "사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의 성공과 행복은 사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 있어야 되고 노력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의 인성과 태도 아닐까요? 사주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어째서 괜찮은 이름은 아버지 마음에서 탈락인지

 둘째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출생신고를 위해 이름 짓는 일이 남아있다. 아이의 이름 짓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결혼 전에는 미처 몰랐다. 나 역시 아버지처럼 아이의 정체성과 존재감은 이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주가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아이의 이름을 짓는 일은 고민되고 어려웠다.


  아이의 이름이 아이의 미래, 성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최근 둘째 이름 때문에 아버지와 말다툼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사주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와 나는 조금도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아직도 그 팽팽한 긴장감을 생각하면 아버지에겐 죄송한 일이었지만 나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버지의 생각은 이랬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 이름 짓는 게 중요하다. 이름을 막 짓는 게 아니고 사주와 한글 발음, 한자 뜻, 음양오행의 조화 등 한두 가지 맞춰서는 완벽한 이름이 안된다. 성공의 50%는 이름으로 먹고 들어간다." 어쨌든 사주에 맞게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같은 말만 반복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답답한 마음이 남아있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한 아버지는 우리 생각과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고심 끝에 정한 이름도 아니 아버지 의견에 따라 작명소는 아니지만 나름 작명 앱을 이용해 지은 이름도 탐탁지 않아했다. 이번엔 작명 앱을 걸고넘어진다. 앱이 잘 보겠냐며 작명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욱한 감정이 올라왔다. 서로의 감정만 상할 뿐 더 이상 대화는 의미 없었다.


  이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첫아이 이름 지을 때도 같은 상황이었다. 아버지의 사주 사랑은 첫 손주를 본 뒤부터다. 손주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 관련 책을 여러 권 구입하고 공부를 한 아버지다. 왜 손주가 남들보다 잘 되고 성공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아버지 이야기를 듣자면 내가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지 작명소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첫째 이름을 정할 때 아버지 의견에 따랐다. 열개가 넘은 후보 중에 다행히도 아내와 내가 마음에 든 이름 하나가 있었다. 사실 출생신고 전까지 아버지가 후보라며 보여준 이름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가 보여준 이름들은 흔한 이름이거나 아니면 여자 이름 같거나 정말 이상하거나 그중 하나였다. 오직 사주가 좋다는 이유로 본인만 만족하셨다.


  꼬깃꼬깃 접힌 종이에 수십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흔적이 있는 종이에 우연히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사실 아버지가 써놓은 이름이었지만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들었던지 후보에 없었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지금의 첫째 아들의 이름이다. 유(다스리다) 호(빛나는 모양)는 다스리고 빛나라는 뜻을 가진다. 한자 뜻을 보면 아버지가 얼마나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한지 알 수 있다. 호의 뜻이 중국 주나라 발생지라나 뭐라나.


  오늘은 미루고 미뤘던 둘째 출생 신고를 하러 간다. 둘째 이름을 아버지 뜻을 거스르고 우리 뜻대로 정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윤리, 윤태를 고집했다. 법관이 되라는 의미에서 윤리는 어떻냐는 아버지.(속으로 도덕은 안될까요?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어쨌든 첫째 때처럼 사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끌리는 이름이 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가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더욱 나의 생각과 의견을 내비쳤는지도 모른다.


사주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이름 하나 때문에 아버지와 나 사이에 오간 불편한 감정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되진 않지만 어쨌든 그런 아버지도 존중하고 이해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손주의 성공을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 짓는 사소한 일 때문에 목숨 걸고 싶진 않았다. 완벽한 사주라도 그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결정이고 이름처럼 키우는 부모 역할이라고 믿는다.


지(뜻/마음) 호(복/행복)

지(기록할/명심할) 한(한국/나라 이름)


지호: 마음이 행복한 아이

지한: 한국에 기록할 아이


  아내와 나는 지호와 지한이 사이에서 고민했다. 수호와 지호 중에 지호가 마음에 들었고 지안과 지완 중에 지한이가 마음에 들었다. 결국 지호와 지한이를 두고 아내와 고심했다. 출생신고 기간을 꽉 채울 때까지 정하지 못했다. 그래 당사자에게 물어보자. 둘째에게 지호야 지한아 불러줘 봤다. 진작에 물어봤을 걸. 둘째가 반응 보인 이름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름 하나 짓는 일로 이렇게 고민하다니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감정 이입해본다. 더 나은 이름, 아이와 어울리는 이름 짓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세상에 그런 이름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이름을 짓더라도 그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 같다. 이번 일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욕심과 기대가 과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의 헛된 기대와 욕심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들아 이름 마음에 드니? 우선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는 더 바랄 게 없다. 우리의 기대와 욕심 내세우지 않을게. 다만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커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둘째 이름은 지호로 정했습니다. 지(뜻/마음) 호(복/행복) 첫째가 유호라서 호호 형제라고 부르는 것이 귀여워서 더 끌렸나 봅니다. 한자 뜻도 해석하고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지만 "마음이 행복한 아이"여서 더 이상 다른 이름 찾는 게 의미 없었습니다. 이름처럼 불려지고 살아가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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