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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Feb 22. 2019

아원 고택, 고즈넉한 길을 따라

소양 벚꽃길

  둘째 출산 특별휴가 5일째다. 마지막 날도 어김없이 첫째 아들과 함께 보냈다. 아들과 여행 가기 전 아내에게 줄 짐이 있어 아들과 함께 산후조리원에 들렀다. 엄마가 보고 싶었던지 아들은 아내 곁에 계속 붙어있었다. 아내는 그런 아들이 안쓰러웠는지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때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됐다. 


오늘은 어디로 가지?  


  특별 휴가 5일 동안 첫째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했던 고민이다. "오늘은 어디로 가지?" 산후조리원에서 나의 손가락 검색 엔진이 빠르게 가동되었다.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검색했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쉽게 결정할 수 있을 텐데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지는 정보도 많지 않았고 장소도 한정되었다. 전북권은 가는 데가 정해져 있어 아쉽기만 하다.


  "익산이나 갈까 아니면 군산에 갈까 아니 너무 자주 갔어" 혼잣말하면서 여행 장소를 찾았다. 고창 선운산으로 동백꽃을 보러 갈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꽃 피는 시기가 3월이라 아직 일렀다.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장소는 무주였다. 덕유산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설경을 보여줄까도 생각했다. "아니야 내 욕심이야. 전주 근교로 가자"라고 마음을 고쳐 먹고 정한 장소는 아원 고택이었다.  

담벼락 너머를 한동안 바라보는 아들

  "여긴 한옥마을이야." 아들에게 기왓장을 보여주었다. 한참을 바라본 아들은 궁금했는지 얼음장 같은 기왓장을 만져본다. "아빠! 한옥이 뭐야?"라고 묻는 아들. 어떻게 설명할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아들에게 설명했다.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집을 한옥이라고 해!" (옛날 사람이라고 모두 한옥에 산 것은 아닌데 말이다.) 말을 해 놓고 보니 뭔가 설명이 부족한 게 느껴졌다. 그래도 곧이곧대로 듣는 네 살 아들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질문하는 아들에게 "선생님에게 물어봐봐"라고 할까 걱정이다.)

계곡에 돌 던지기 놀이하는 아들

  아들은 주위를 살피다 주차장 옆에 있는 계곡을 발견했다. 아들은 물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물놀이를 좋아해서 손발만 씻기는데도 실랑이를 할 때가 많다. 수돗물을 켜놓고 콸콸 나오는 물을 손으로 스윽하고 만지다가 옷이 젖는 일도 허다하다. 아무튼 이날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돌을 주워다가 계곡물에 던지는 아들. 풍덩하고 돌이 빠지는 소리와 높이 튀어 오르는 물을 보면서 얼마나 신나 하는지 그 모습도 귀여웠다.

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아원은 한옥 카페이자 갤러리인 문화공간이다. 직접 보기 전까진 몰랐다. 만원의 입장료를 내면 커피가 제공되는 카페였다. 밖에서 보는 풍경도 한옥과 잘 어울리는 장소였고 분위기가 좋았다. 안이 궁금해서 사진을 서둘러 찍고 들어갔다. 이게 웬걸 노 키즈존이었다. 입구에서 제지를 당하는데 당황스러웠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깐 본 안의 분위기가 워낙 차분하고 조용해서 이해되긴 했지만 자녀를 둔 부모는 이런 곳에 오면 안 되나 싶어서 돌아서는 발걸음 내내 씁쓸했다. 이날 노 키즈존을 처음 경험한 날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들과 아원 밖에서 놀았다. 오히려 아이한테는 나았을지 모른다. 아원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아들이 커피 찌꺼기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커피를 판매하고 남은 찌꺼기를 나무 거름으로 쓰는 모양이다. 아들은 흙인 줄 알았지만 커피라고 알려주니 킁킁거리며 냄새도 맡아보고 조물조물 만지면서 놀았다. 본의 아니게 아들과 촉감놀이를 했다.   

혼자서도 계단을 잘 오르는 아들

  꽃길만 걷기가 이렇게 힘든가. 계단 끝에 있는 현수막을 보기 위해 오르는 계단이 힘들었다. 계단을 찍고 있었는데 아들은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더니 문 너머를 확인하고서 다시 돌아온다.

소양 두베카페에서

   요즘 핫 플레이스인 소양 두베 카페다. 카페에서 창밖을 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직접 카페 안에서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밖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카페로 들어가기 위해서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아무튼 현대적인 건물과 한옥과 자연이 잘 어우러져서 한 폭의 산수화 보는듯했다.

껑충껑충 토끼 놀이중인 아들
소양 플리커 서점에서

   여긴 내가 가장 마음에 든 곳이다. 커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색 서점이었다. 이곳은 혼자 아니면 아내와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꼭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충분한 곳이다.

전주 피자몰에서

  지난 추석 때 형들과 먹은 피자맛이 강렬했는지 그 후로 아들에게 "뭐 먹고 싶어?"라고 물으면 "피자"라고 말한다. 그때 처음 콜라의 맛도 알았다. 아들을 말릴 틈도 없었다. 형제가 많으면 부모가 포기한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도 점심 먹기 위해 아들에게 물어봤다. 며칠 전부터 피자라고 노래하는 아들을 위해 큰 마음먹고 피자 먹으러 갔다.

  역시 먹은 뒤엔 놀아야 한다. 재충전한 아들은 같은 층에 있는 놀이방에서 한참을 놀았다. 휴 오늘 여행도 무사히 마쳤다. 오늘 아들과의 여행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한 가지다. 아들이 아닌 아내와 와야겠단 생각이다. 둘째를 돌봐야 해서 당분간 오붓한 데이트를 하진 못하겠지만 언젠가 단둘이 다시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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