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실 책상을 정리하다가 먼지가 수북이 쌓인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청소년을 위한 인성 인문학]이란 책이다.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출석을 잘하면 선물로 주려고 사뒀던 책이다. 아마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 꺼 같다. 이 책은 2~3년 전에 한참 인문학이 국민적 이슈일 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산 것이다.
짬 내어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인문학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은 내용에서 공자, 맹자, 키케로의 말을 들어 사람다움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나는 왜 태어났으며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 삶의 목적에 대한 전반의 생각을 이끌어 낸다.
나는 누구인가?
논어 이인(里仁) 편의 공자의 말에 따르면 "부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나 정당하게 얻는 것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나 부당하게 된 것이라도 억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군자가 인(仁)을 버리면 어찌 명성을 높이겠는가? 군자는 밥을 먹는 잠깐 사이에도 인(仁)을 어기지 말아야 하니, 급한 상황이나 넘어질 때에도 반드시 인(仁)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군자는 급한 상황이나 넘어질 때에도 반드시 인(仁)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근본이 되는 일, 사회복지사로서 본질적인 일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나에게 본질적인 일과 비본질적인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할 텐데.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했다. 이 질문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 책에서 인용한 공자의 말이 떠올랐다.
"인(仁)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며, 바람직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회복지사가 만나는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타인과 사회로부터 단절되고 소외된 사람이다. 단절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포함된다. 물론 사회복지 혜택을 받았거나 받을 모든 사람들이 단절되고 왜곡된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호소하는 어려움과 문제, 결핍된 욕구는 결국 자신을 포함한 타인과의 왜곡된 관계에서 귀결된다.
사회복지사는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사람들 사이사이에서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망을 만든다.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고 지금보다 더 성장하는 방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웃을 만나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고,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만들어 당사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어쩌면 사회복지사는 그들이 믿는 마지막 한 명일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회복지사의 본질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누군가와 관계 맺는 일이다. 누군가의 삶의 디딤돌이 되는 일이다. 누군가의 마음의 양식이 되는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나름의 이유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진솔한 태도로 경청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신의를 지키는 것이다.
행복한 삶은 사람다움이 존재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비본질적인 일에 얽매여 본질을 놓칠 때가 많다. 과도한 업무, 불필요한 행정 서류, 경쟁을 부추기는 평가와의 사투를 벌이느라 정작 해야 하는 본질을 잊고 산다. 이제 다른 것에 쫓겨 잊고 있었던 본질을 끄집어내야겠다. 나부터 비본질적인 일에 힘을 덜고 내 일의 본질을 되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