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덕유산 곤돌라 타기
둘째가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오고 난 뒤 수면과의 싸움인 육아가 시작됐다. 아내는 2시간마다 수유나 젖병으로 유축해놓은 모유를 주주에게 먹인다. 젖이 차오르면 유축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젖몸살이 온다. 쉴 틈이 없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나름 거들지만 한계가 있다. 며칠 잠을 설치면서 피곤했는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내는 오죽하랴.
첫째가 있으면 아무래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에너지 넘치는 유호와 둘째를 함께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말에 내가 있어도 집안에서 첫째 아들의 에너지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내를 위해서도 아들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오늘은 둘째가 집으로 와서 맞이 하는 첫 주말이다. 아내를 쉬게 하고 싶어서 첫째와 이렇게 저렇게 주말 나들이를 나왔다.
"유호야 어디 갈래" 아들에게 물어봤다. 장난스럽게 아들에게 익산?, 아니. 군산?, 아니. 아니면 천안 온천 갈래?, 아니. 그동안 갔던 곳을 물어봤지만 아들은 이내 아니라고 답했다. 아내 역시 외출하려고 짐 챙기는 우리를 보며 걱정을 했다. 그러고는 한마디 거든다. 들어보니 주말에 미세먼지가 최악이란다. 이럴 땐 어딜 간담.
유호야 무주 갈래?라고 물어봤다. 저번에 가려고 했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가지 않은 곳이다. 아들은 그것을 기억했는지 몰라도 "좋아" 라며 유일하게 물어본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그래 무주로 가보자. 미세먼지가 최악이지만 덕유산 정상은 그래도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둘러서 무주로 출발했다. 평소 아들과 산에 가고 싶었던 터라 나도 신났던 것 같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들이 어려서 향적봉에는 오르지 못했다. 향적봉에 오르는 길에 피어있는 눈꽃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한참을 산아래 풍경을 쳐다보고 주변에서 놀았다. 산이라 그런지 공기가 탁하거나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도 같은 생각으로 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겨울의 마지막을 느끼고자 많은 사람들이 향적봉으로 향하거나 스키를 타고 있었다.
핫도그를 먹고 싶다는 아들 덕에 오랜만에 핫도그를 먹었다. 마약 핫도그라지만 맛이 그렇게 있진 않았다. 식어서 그런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들은 연신 맛있다며 하나 더 먹자며 다른 휴게소에 들르자마자 "핫도그", "핫도그" 그런다. 역시 여행은 휴게소 먹방 이랬던가. 군것질할 요량으로 전주까지 가는 길에 있는 휴게소에 다 들렀다.
사실 곤돌라를 타고 무주 와인동굴에 갔으나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운영을 하지 않았다. 전주로 바로 가기 아쉬워서 핫도그 먹자는 아들 말에 굳이 국도보다 더 먼 고속도로를 탔다. 그때부터 휴게소 먹방 여행이 시작됐다. 유호가 아직 어려서 먹는 것이 다양하지 않아 아쉬웠다. 핫도그만 찾고 고심 끝에 고른 것이 젤리다. 저녁도 먹고 집에 들어갈 겸 물어봤지만 김밥도 싫다 돈가스도 싫다 우동도 싫다는 아들 덕에 나는 쫄쫄 굶었다.
마지막 휴게소인 마이산 휴게소는 말이 휴게소였지 먹거리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덕유산 휴게소에서 몽땅 살걸 그랬다. 맛있는 핫바, 소떡소떡, 오뎅, 호두과자, 커피 한잔 안 마신 게 너무 아쉬웠다. 부랴부랴 편의점에서 훈제계란, 공주알밤을 샀다. 아빠의 그런 마음도 모르고 카시트에 앉아 젤리를 맛있게 먹을 뿐 나에게 관심도 없었다. 유호야 어서 크자.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석양으로 물든 하늘을 보니 어느새 전주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면서 "오늘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아들은 "곤도라"라고 말한다. 아까 알려 준 곤돌라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아! 곤돌라"라고 다시 알려주고 아빠도 유호랑 타서 즐거웠다고 말해주니 흐뭇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아들이다.
유호야 내일은 고창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