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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r 29. 2019

아이의 규칙에 대한 교육은 익산 교도소 세트장에서

여긴 사랑의 자물쇠 대신 수갑에 편지를

  주말이 되었다.

아들아 어디로 갈까?

 

  이제는 아들과 떠나는 여행이 좋다. 내가 설렌다. 처음이 두렵지 막상 떠나면 그렇지도 않다. 이러다 집시맨 프로그램에 나오는 어느 아빠처럼 카라반 하나 구입하는 건 아니겠지. 솔직한 마음은 그러고 싶다. (돈만 있으면 무엇을 못하랴) 어쨌든 아내의 휘둥그레진 눈이 떠올라 상상만으로도 웃긴다. 


  오늘은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익산 교도소 세트장이다. 익산에 가야 할 여행지로 손꼽는다. 사실 단번에 정한 이유는 다른 경유지가 있어서다. 내가 언제부터 빵을 좋아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 맛있는 빵집이 있다고 하면 들르고 싶어 진다. 아들을 위한 여행인지 나를 위한 여행인지. 

  아들아 반성하는 자세는 좋은 거야! 우선 기념사진 하나 찍고 시작하자. 찰깍! 


  세트장에 들어서면 내가 수감자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만도 수십 편에 이른다. 대표적인 영화는 류승룡의 바보 연기로 화제를 일으킨 [7번 방의 선물]이다. 마침 축구 동호회에서 축구를 하고 있어서 교도소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다시 가게 되면 공을 챙겨서 아들과 축구해야지.


  입장료는 무료다
정말 잘 만들어졌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진 않았지만 2층 구조에 수감자들이 교도소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곳에 오는 사람은 두 분류로 나눠진다.


# 데이트하는 남녀 커플

  남녀 커플이 이색 데이트 하기 딱 좋은 장소 같다. 수감자 복도 대여가 가능해(안 입어봐서 무료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커플들이 수감자 복을 입고 사진 찍기 바쁘다. 마치 전주 한옥마을에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같다. 이런 곳에 오면 둘째를 보고 있을 아내가 생각난다. 나중에 아이들을 맡기고 아내와 단둘이 와야겠다.  


# 자녀를 둔 부모나 가족 단위

  남녀 커플이 아니면 가족 단위로 왔거나 자녀와 함께 온 사람들이다. 아들과 와보니 한 번쯤은 교육적은 측면에도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4살인 아들이 이해할진 모르겠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은 교도소야! 어렵게 말을 떼었다.
  교. 도. 소. 뭐야? 아들은 궁금했는지 물어봤다.
  규칙과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야!
  삐뽀삐뽀 폴리(아이가 좋아하는 경찰 캐릭터)가 잡으러 온대! 


  아들에게 폴리를 이야기했더니 나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을 알아들었다.  

  2층에 올라가면 바닥이 보이는 길이 군데군데 있어 아찔하다. 아들 역시 무서웠는지 나의 손을 꼭 붙잡고 갔다. 나도 살짝 불안감을 느꼈다. 2층은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는 방이 없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야외 담벼락에서
  아들아! 넌 어떤 날개를 가지고 있니?
  너만의 탁월함, 강점의 날개는 뭐야?
  그 날개를 가지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구나!
커플이 즐길 수 있는 이색 커피숍

  차 안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는 못 가졌으나 나중에 아내와 함께 오는 것으로.

  드디어 나를 위한 경유지다. 망설이지 않고 익산으로 정한 이유다. 내가 언제부터 빵을 좋아했지 나이가 들면 입맛도 바뀐다고 빵을 먹는 내가 신기하다. 아무튼 출산 후 견과류가 좋다 하여 빵을 산 명분도 챙겼다. 

먹었으니 기념으로 찰칵

  벌써 이곳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빵 때문이라도 익산에 다시 가고 싶다. 내가 먹어본 맛집 빵집 중에 세 손가락에 드는 빵이랄까. 아무튼 촉촉한 마늘 바게트를 잊지 못한다. 주말에 다시 가볼까.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ippee325&logNo=221494383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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