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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pr 03. 2019

어린이집에 적응 잘하는 4살도, 결국 아이였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첫째가 어린이집 가기를 거부한다. 완강한 거부는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다행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처음 3주, 적응 기간 동안은 순조로웠다. 신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선생님 손을 잡고 쫄래쫄래 따라가던 아이였다. 남다르게 빨리 적응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 후 오롯이 맡겨진 일주일이 시작됐고 그때 까지만 해도 문제는 없었다. 어린이집에 처음 가는 아이 치고 별 탈 없이 안정감 있었다. 보채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어제 처음으로 아들이 집에 가자며 울었다. 아들의 말에 나는 살짝 정신이 나가듯 멍했다.


어린이집에 안 갈래!


  어린이집에 보낸 때가 남들이 말한 최악의 시기가 맞았다.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내졌다. 아들의 입장에서 상실감이 이만저만 아니겠지. 아들은 종일반에 다닌다. 어쩔 수 없었다. 아내는 둘째를 돌봐야 하고 나는 일을 해야 하니. 부모와 떨어지는 경험도 상당한 스트레스일 텐데 떨어진 시간도 길다. 출근길에 등원을 시켜야 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어린이집에 빨리 도착한다. 내가 아들이라도 가기 싫을 것 같다. 아무리 즐거워도 같은 공간에 8시간 이상을 있어야 하니 4살인 아이에겐 얼마나 곤욕이겠는가.

집에 가자며 내 소매를 잡는 아들

  오늘 아침,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는 아들의 말에 불길함이 엄습했다. 어린이집 앞에서 심하게 떼를 쓸 것 같았다. 어쨌든 아이를 차에 태우는 것은 성공했다. 가는 길에 아들의 마음을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나의 노력이 전해졌는지 가는 동안 평소처럼 아이가 행동했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도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어느새 도착한 어린이집.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겼다. 그때부터 아들의 칭얼거림이 시작됐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나의 소매를 잡는다. 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아빠의 마음.


  결국 아들은 선생님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 아빠. 아빠. 눈물 흘리며 나를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가 간절하다. 아들의 목소리가 나의 가슴을 후비어 파고들어왔다. 하루 종일 목소리가 맴돌아 일이 안 잡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보다. 왜 몰랐을까. 곁으로 보이는 모습은 씩씩했는데. 누구보다 적응이 빨랐고 사회성이 좋은 아들이라서 그런지 적응했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건 보이는 모습일 뿐, 나의 착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들이 불안하고 스트레스받는 것은 당연하다. 씩씩해 보이는 4살도 아이임을 잊고 있었다.   


  아들이 주말 동안 감기 기운에 몸 상태가 안 좋은 것도 한 몫했지만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다. 며칠 아들에게 화를 냈다. 최근 동생을 세게 꼬집는다. 나의 눈치를 살살 살피고 하는 행동이 어쩜 눈에 거슬리는지. 아들의 반복되는 행동에 나 역시 스트레스를 받았다. 단호한 훈육, 단호함과 화내는 것을 구분하라는 말이 이토록 어려운지 난 정말 몰랐었다. 아들의 반복되는 행동에 지적이 잦았고 행동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훈육을 한다지만 나의 표정과 감정은 고스란히 아들에게 보이고 말았다. 아들의 불안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오히려 적응기간 때 아들의 표정이 신났다

육아가 어려운 이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드러나는 표정과 감정을 관리하는 일,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훈육하는 것이다. 어떻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간 폭발하는 감정에 그러한 사실을 잊고 만다. 어떤 행동의 변화를 위해 같은 말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노력이 가끔은 지칠 때가 있다. 왜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 나를 무시하나 이 생각으로 분노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화를 내지 않고 훈육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러기 위해선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듯.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일이 이토록 어려울까.


  오늘도 아들을 생각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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