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라사(전라고)를 졸업했다.
학교 전통에 따라 3년 내내 짧은 머리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짧은 머리 때문에 다른 학교에 전라사(스님 같다 하여)라고 불렸다. 그런지 몰라도 학교 앞에는 미용실이 많았다. 학교 앞 미용실은 두발 검사를 앞둔 학생들로 붐볐다.(아재 같은 소리 같지만) 공공연하게 전해진 이야기로 선배들 때엔 배드민턴 라켓을 머리에 댔을 때 삐져나오면 걸린다고 했다.
한창 전국적으로 두발 자율화를 외칠 때 우리 학교는 달랐다. 소심하게 3cm를 더 기를 수 있게 요구했던 기억이 난다. 규율과 전통에 엄격했던 학교이어서 학생들이 목소리 높일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바리캉(이발 도구)을 구입해 나의 머리를 직접 밀기 시작했다. 솔직히「아저씨에서 바리캉으로 머리 자르는 원빈보다 내가 원조다.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요즘 나는 아들 머리를 자르는 재미에 빠졌다. 사실 아들이라 가능한 이야기 같다. 딸이었다면 감히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남자아이는 앞머리만 정리해도 깔끔하다. 머리 라인만 정리해도 충분하다. 자녀가 아들이라면 부모가 직접 잘라주는 것도 도전해볼 만한 것 같다.
준비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유아용 이발기 하나면 된다. 그다음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자르면 자를수록 실력이 늘어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배냇머리부터 시작해 4살이 된 지금, 처음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 처음은 단순하게 이발기로 밀었다면 이제는 가위를 사용하고 있다.
머리 자르기 위한 준비물
1. 유아용 이발기
기본 구성품으로 웬만한 이발은 가능하다. 이발기는 3mm~12mm 길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교체 가능하다. 숱가위가 있지만 사실 숱가위 사용법은 모른다. 일반 가위처럼 쓸 뿐이다. 제자리에서 여러 번 가위질을, 아직은 숱가위를 숱가위라고 말하지 못하는 실력이다.
2. 커트 빗
커트 빗은 머리 전체를 같은 길이로 자를 땐 필요 없다. 이발기를 같은 길이로 맞추고 밀 때가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머리를 자르는 맛에 들리면 단순하게 미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발기로만 자르면 옆라인만 정리될 뿐 머리가 길 수록 바가지 머리가 된다. 커트 빗은 옆머리와 앞머리, 윗머리를 자르는데 유용하다.
3. 접착식 먼지 제거
일단 머리를 자르면 뒤처리가 문제다. 싹둑싹둑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집안에 흩날린다. 비닐이나 신문지를 깔면 뒷정리가 한결 수월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번잡스럽다. 롤러로 된 접착식 먼지 제거기 하나면 충분하다. 마지막까지 남은 머리카락도 용납할 수 없다.
4. 핸드폰
아이가 이발기 진동 소리를 무서워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게 아니면 가능성이 있다. 이때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놀잇감이 필요하다. 놀잇감으로 핸드폰 찬스가 빛을 발한다.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헬로카봇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5분은 군말 없이 머리를 대준다.
5. 간식거리
놀잇감으로 버틴 5분, 마무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꼼꼼하게 뒷머리와 머리 라인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3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에겐 역시 간식거리가 최고의 해결책이다. 잘린 머리가 흩날리기에 오물오물 입안에서 먹을 수 있는 젤리나 틴틴이 필요하다.
둘째도 첫째와 마찬가지로 배냇머리를 자를 때 이발기를 쓰겠지. 둘째 역시 아들이라 이발기의 덕을 톡톡히 볼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3만원으로 구입한 이발기는 그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봤다. 서툰 솜씨지만 한두 번 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는다. 경제적 이득과 실력의 향상은 부수적이다. 나는 머리를 자를 때 아들과 놀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머리를 자른 뒤 같이 목욕을 하며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했다. 아들이라 가능한 놀이, 재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