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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May 05. 2019

꽃피는 계절, 어느새 푸르름이 가득한 수목원

전주수목원에서

전주수목원 입구에서

  주말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전주수목원으로 향했다. 둘째는 장모님 찬스로,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콧바람 쐐러 나온 것 같다. 언제쯤 아내와 단둘이 데이트를 할 수 있을지, 아이가 태어나고 크면서 나들이의 모든 일정이 이들에게 맞춰진 오래다. 아쉬운 대로 다녀왔야 했다.

자연과 노는 아들

  이날은 미세먼지 예보매우 음으로 떴다. 얼마만인지 모른다. 화창한 봄날이 여름처럼 뜨거웠다. 여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낀 날이기도 했다. 무슨 5월에 여름 같은 따가운 볕이라니 7, 8월 어떻게 낼지 걱정이 앞섰다. 어쨌든 봄 볕이 눈부신 하루였다.

1년 후 도착할 편지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써볼래?


  끄적끄적 그때부터 낙서하는 아들. 제법 볼펜을 잡는 폼이 초등학생 같다. 아들의 부쩍 큰 모습에 신기했다. 아직 서툰 선으로 쓴 편지만 조금 더 크면 아들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편지를 받아 보겠지 하는 생각에 설렜다. (그아들로 키우고 싶다.) 아들아 언제쯤 너의 편지를 받아 볼까? 아들에게 편지를 자주 쓰는 아빠이고 싶다.

수목원 오두막에서

  수목원에 오두막이 있었다. 숲 속 작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적은 양의 책이 놓였지만, 식물도감이 전부였다. 그래도 사진이 잘 나오는 적당한 빛이 들어온다. 아들과 잠시 앉아 사진을 찍어봤다. 창밖을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혼자 앉아 생각하기 좋은 장소 같다.

  전주 수목원 가운데엔 넓은 잔디 공원이 조성되어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술래잡기 놀이하는 아이들,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 커플들의 표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웠다.

모르는 사람들과 놀기 바쁜 아들덕에 아내와 함께

  아들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모르는 사람을 따르는 아들의 모습이 천연덕스럽다. 서슴없이 쪼르르 달려가 사람들과 인사 나누고 무슨 이야기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말을 주고받는다. 그 덕일까 과자도 잘 얻어 온다. 그런 아들을 보고 있자면 민망하지만 사회성 좋은 아들의 모습에 기특하다.


  이날도 한동안 모르는 형, 누나들 틈에 끼어 신나게 놀았다. 아들 덕에 잠시였지만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들을 바라보는 아내의 뒷모습을 찍었다. 잠시였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할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올챙이다

  시커멓게 올챙이들이 모여 있었다. 마침 며칠 전 아들과 읽은 그림책이 떠올랐다. 심심한 올챙이가 친구들과 무리 짓고 노다는 내용의 책이었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자라는 그림도 있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웠다. 책과 직접 보는 경험을 연결할 수 있어 좋았다. 아들도 올챙이를 처음 봐서 그런지 한참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한없이 바라봤다.
 

앞다리가 쑤욱! 뒷다리가 쑤욱!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전북대학교 캠퍼스

  대학교 시절 전북대학교는 나의 아지트나 다름없었다. 사실 나는 원광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나의 생활권은 전북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 20대를 그곳에서 보내고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온 사실에 뭔지 모르는 느낌에 휩싸였다. 한마디로 이상했다.


  지난 세월만큼 캠퍼스 모습도 많이 달라져있었다.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없었던 상가가 대부분이었다. 20대에 즐겨 가던 곳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캠퍼스 안 분수대가 새롭게 조성되어 궁금해서 가봤다. 한옥으로 잘 만들어진 밤에 가면 조명으로 더 이쁠 것 같다.

분수대에서 찰칵

   배스킨에서 아이스림을 먹고 마지막으로 들른 소나무 사이 의자, 흔들흔들 그네처럼 탈 수 있어 아들이 좋아했다. 소나무 사이 그늘은 시원했다. 일장 중에 가장 좋았던 장소였다. 이곳은 책 한 권 읽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럴 여유는 아들 덕에 반납했지만 나중에 아내와 조용히 와서 즐기고 싶은 곳이었다.

  봄은 금방 지나가고 여름이 어느새 온 5월, 수목원은 최고의 나들이 장소였다. 뜨거운 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 쉬는 여유는 여름 같은 5월을 즐기는 최고의 피서였다. 이제 주말 나들이는 아들과 함께 숲으로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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