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보상의 불편한 민낯을 보다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만족하다]

by hohoi파파

만족하다: 모자람이 없이 마음에 들어 흐뭇하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

오늘은 뭐 사 왔어?


물질적 보상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고 말았다. 물질적 보상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위험했다. 아들에게 보상으로 준 간식이 아이의 감정과 행동에 부정적으로 미칠 줄이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된다는 말처럼 퇴근길에 뭔가(뽀로로 음료수, 푸딩 같은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간식)를 들고 오는 아빠를 기대하게 한 반면 이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요구하게 만들었다. 물질적 보상은 아이를 나약하게 만든다는 어느 책의 말처럼 아들은 보상에 집착했다. 빈손으로 갈 때면 울먹울먹 풀죽은 목소리로 "과자! 과자!" 라며 토라지는 아들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아들에게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아들의 이러한 행동을 소거하기 위해 전략을 세웠다. 매일매일 뭐라도 간식을 띄엄띄엄 주고 있다. 나의 의도는 드문드문 뜻밖의 기쁨을 아들이 느꼈으면 했으나 그 역시 나의 착각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는 나를 보면 "오늘은 뭐 사 왔어?", "사 왔어?", "뭐 있어?" 라며 재촉한다. 진심 하루도 빠짐없이 묻는다. 그런 아들 말에 당황스럽다. 솔직히 나쁜 버릇으로 길들였나 싶어 걱정된다. 하나쯤은 괜찮겠지 생각하다가도 못 챙겼다는 말을 듣고 돌변하는 아들의 태도에 생각을 고쳐먹는다.


한 번은 누구로부터 받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보던 중 오늘이 적기였다. 사건은 이랬다.


오늘은 의도적으로 간식을 챙기지 않았다. 아니라 다를까 아들은 내가 아무것도 안 챙겨 온 것을 확인하자, 울먹울먹, 삐쭉삐쭉 아들 얼굴에 서운함이 가득했다. 타일렀으나 쉽게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시간을 흘렀고 집에 가기 위해 카시트에 앉게 했는데 이도 거부했다. 유호가 속상한가 보네 아빠랑 이야기할 수 있을 때 하자라고 말하고 기다려줬다. 투덜거리며 자기 할 일을 하는 아들. 무심하게 아들을 지켜보며 침만 삼켰고 참을 인을 마음에 새겼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는 수명이 줄어든다던데... 아빠도 사리 나오겠다)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들이 스윽 카시트에 앉는다. 안전벨트 매 줄까? 묻자, "응" 풀죽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아들. 그런 아들에게...


대화를 이어갔고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유호야 그런데 왜 아빠가 가자고 했을 때 바로 앉지 않았어?
그날따라 궁금해서 물어봤다.
(작은 목소리로) 아빠가 간식 안 가져와서...
순간 흠칫, 이렇게 까지 말하는 아들에 놀랐다.
그런데 유호야! 아빠가 매일매일 간식 주는 게 당연한 게 아니야!
있으면 가져오는 거고 없으면 못 가져오는 거야!
없으면 그만이고 있으면 감사히 받았으면 좋겠어!라고 설명해주었다.
네...
아빠가 뭐 가져올 때만 아빠 말 들으면 아빠 속상한데...
아들에게 나의 마음을 전했다.

돌이켜보면 물질적 보상의 결과는 행동을 지속할 이유, 동기를 떨어뜨렸다. 행동의 주체가 되기보다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떤 행동의 선택을 보상의 유무로 결정을 했다. 아직 미숙한 4살 아이의 당연한 반응일지터 내가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질적 보상은 응석하는 소리를 내고 집착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들에게 격려하면서 줬던 간식을 계속해서 줘야 할지 고민된다. 이제 물질적 보상보다 관계적 보상(칭찬, 격려, 스킨십, 함께하는 활동 등)을 늘릴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도, 할 수도 없다. 소유하지 못해, 남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은 나를 좀먹는다. 발버둥 칠 수록 빠져드는 늪과 같다. 바람이 있다면 아들이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가지지 못해 좌절하거나 시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진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만족하는 태도를 가진 부자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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