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출산 후 포기한 것들

나는 포기하지 마요

by hohoi파파
아내가 포기하고 얻은 보물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 변곡점은 결혼이 아니었다. 결혼 전후 삶의 변화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출산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아내에 비하면 나야...) 결혼 후,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낀 것은 연애와 결혼 생활이 구분되지 않아서다. 결혼을 연애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고 신혼(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신혼 기간도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부분이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을 즐겼기에 삶이 달라졌다는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 나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좀 더 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 생각했다.


출산 후, 나의 삶의 패턴은 퇴근 후 아이를 돌보는 정도, 잠깐의 시간 동안에 집안일 기여하는 정도가 전부다. 나는 기껏해야 혼자만의 시간이 줄어든 정도... 일도 그대로 하고 있고... 사실상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삶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대학원에 입학해 벌써 졸업을 했다. 독서 모임도 작년에 이어 계속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등산 모임도 다니고 있다. (그렇기에 갈지 말지 분위기 파악하는 중이다) 어쨌는 나는 숨통이 뜨이는 비빌 언덕이라도 있다.


나와 달리 아내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삶의 전부가 바뀌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내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신해줄 수 없어 미안할 뿐, 만약 결혼할 당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신혼 기간을 충분히 보내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적어도 아내에게 자녀를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겠지. 다시없을 그 시간을 아내와 온전히 보내지 못한 것과 지금 아내보다 두 아이에 쏠린 에너지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


아내의 가장 큰 변화는 몸의 변화다. 지금도 튼살이 보이고 붓기가 남아있다.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일이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출산 후 쉴 수 있는 것은 고작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가 전부다. 아내는 첫째 때문에 2주도 못 채웠다. 회복이 덜 된 몸으로 아이를 돌보랴 집안일하랴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손목은 시큰시큰 아파오고 발가락은 찌릿찌릿 저려온다. 부풀어 오르는 가슴에 차오르는 젖을 유축해야 한다. 젖몸살로 죽고 싶단 말을 할 정도면...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있어 장기는 뒤틀리고 허리는 제대로 펴지 못해 고통스러워한다. 아내는 하늘을 보고 눕다가도 아프다며 힘들어한다. 뿐만 아니라 아내가 지금 가장 고민하는 것은 뭉탱이로 빠지는 머리카락이다. 화장실 배수구에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 흠칫, 나도 모르게 놀랄 때가 있다. 슬픈 건 그런 아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내의 손과 발을 주물러주거나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고 저녁 설거지를 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 개탄스럽다.


몸뿐이겠는가. 자신의 삶도 포기했다. 육아를 위해 잘 다니는 직장도 그만뒀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기도 바쁜 20대에 육아를 위해 기꺼이 직장을 포기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둘째 육아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경력 단절된 아내의 불안한 심리를 느낄 때면 차라리 워킹맘이 낫겠다 싶다. (이것 조차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30대는 자기 일을 찾고 역량을 키울 때지만 아내는 그러지 못한다. 차라리 일하는 게 낫다는 말처럼 육아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내를 위해 주말에 아이들을 보곤 하지만 그때 일하는 게 낫다는 말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지금 아내의 시계는 자신이 아닌 아이에 맞춰져 있다. 첫째를 쎄 빠지게 키웠더니 떡하니 둘째를 임신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다시 신생아 육아로 돌아갔다. 수면과 피로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2~3시간마다 깨는 아이 덕에 마음 놓고 잘 수가 없다. 비몽사몽 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늦잠 자본 게 언제인지 잊었다. 아이 돌보는 일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매일 지긋지긋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단조로워진 일상을 보내는 아내가 우울증이 안 걸린 것으로 감사해야 하나. 어쩌면 아내는 하루하루를 버티는지도 모른다.


혼자만의 시간도 포기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없는 조용한 시간을 언제 가져보고 못 가졌을까. 운동이나 취미 생활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나는 나름대로 기회가 많다. 직장에서 조용히 마시는 커피 한잔이면 충분하다. 반면에 아내는 그런 시간도 사치일 때가 많다. 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보고 있자면 그럴 여유가 없다. 아이랑 놀아주고 밥 먹이다 보면 정작 자기 밥때를 놓치고 밥 먹으려고 자리를 펴면 잘 자는 아이도 깨는... 그 순간 입맛이 뚝 떨어진다. 남편 왔을 때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고 나만 잘 먹고 다는 것 같아 죄스럽다.


늘어진 티에 화장기 없는 얼굴(여보! 나는 맨얼굴을 좋아해, 그러니 걱정 말아요.) 헝클어진 머리에 피곤까지 짊어진 아내. 큰 마음먹고 주말에 아들을 볼 테니 친구들을 만나라고 하면 옷을 고르다가도 밖에 나가기를 포기한다. 옷이 출산 후 맞지 않아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안 나가" 말하는 심술 난 아내의 말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첫째를 데려가는 아내, 첫째 때는 내가 아이를 보면 됐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외출도 제대로 못한다. 온전히 혼자 나가는 외출을 포기했다. 친구들 입장에서 모처럼 만나는 자리에 아이를 데려온다면 만나고 싶지 않겠다 싶다. 그렇게 아내의 관계망도 자연스럽게 쪼그라들고 있다.


아직도 쓸 말은 많은데... 글을 쓰면서 아내가 나와 아이를 위해 포기한 게 많구나... 포기라는 말이 뭔지 모르게 슬프다. 자기를 희생하고 책임지는 아내, 그만큼 나와 아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 거겠지...


그런 아내를 위해 나는 무엇을 포기할 건가. 무엇을 책임질 건가. 글을 쓰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아내가 나 모르게 포기한 부분도 많겠지... 내가 아내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순 없지만 적어도 두 아들과 나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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