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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10. 2018

아빠와 떠나는 육아 여행

마지막 연휴를 하얗게 불태웠다

한글날, 재량휴업일로 인해 연이어 쉬는 날이다. 한글의 소중함과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되면 좋겠지만 아이를 둔 부모로서 힘든 일이다. 일하는 부모는 더욱 그렇다. 아이들 챙기느라 바쁘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야지


내겐 직업병이 있다. 사회복지사의 일을 하면서부터 생긴 병이다. 프로그램이나 캠프를 기획할 때 지역 정보가 필요하다. 그때 생긴 습관이다.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않듯 지역 정보가 담긴 여행 팸플릿을 기계적으로 모으는 일이다. 모아둔 여행 지도가 이렇게도 많다니 방바닥에 펼쳐 놓다 보니 새삼 느낀다. 그래도 여행을 계획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나의 보물 지도다.



선택지가 많으면 오히려 결정하기 어렵다. 많은 지도를  보니 선택하기 더 어렵다. 이러다가 오늘 안에 출발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고민을 하다가 아들에게 툭하고 던져본 한마디.



나: "기차 타러 갈까?"
아들: "좋아"


진작에 물어볼걸. 오늘 테마는 기차여행이다. 단지 내 선택이 무모한 도전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내 기차 노선표를 검색했다. 아이랑 기차로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았다. 전주에서 삼례는 너무 가깝고 순천은 너무 멀었다. 적당한 거리와 아이와 가보지 않은 곳으로 정했다.

곡성이다. 차 없이 떠나는 첫 번째 육아 여행. 기대 반, 설렘 반을 가지고 출발했다.

전주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도착한 곡성. 우리를 반기다.


곡성심청축제

예상 밖 결과의 기쁨은 더 크다. 축제 기간인 줄 모르고 떠났는데 이게 웬일. 지역 축제를 하고 있었다.


장미공원 ▷ 기차마을생태학습관▷ 장미공원▷ 드림랜드▷ 동물농장▷ 놀이광장


그동안 곡성섬진강기차마을 하면 장미공원과 증기기관차에서 인증 사진 찍었던 것이 전부였다. 반성했다. 곡성을 띄엄띄엄 봤다. 그래서 큰 기대하지 않고 갔었나 보다. 놀이기구가 있다는 것도 동물 농장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설마 축제 때만 있는 건 아니겠지?)

매끈하고 디딜 때 없는 둥근 무당벌레 위를 기어코 오르는 유호. 마지막 표정과 자세로 내게 말을 건네다.


아빠 아빠 저 해냈어요. 잘했죠?


한참을 구경했다. 장미꽃, 구절초도 만개하여 가을을 느끼기 충분했다. 생태학습관도 괜찮았다. 잠자리, 나비, 다양한 곤충도 관찰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흥미를 끌만한 곤충 조형물도 많았다. 그리고 동물 농장에서 염소, 토끼에게 먹이 주는 체험도 있었다. 거의 다 구경할 때쯤 정자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입장료를 내면 금액만큼 지역상품권을 줬다. 상품권으로 모든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전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먹을 닭강정, 고구마 도넛도 샀다.

와!!! 만족한 알찬 여행이다. 유호가 즐거웠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차를 기다리는 유호.


나: 기차한테 인사해야지 안녕 또 올게
아들: (곧잘 따라한다) 안녕~ 즐거웠어! 또 올게~


아들과 처음 떠난 기차여행, 차 없는 여행이었다. 차로 이동하는 것이 익숙해서 조금은 걱정했다. 에너지 넘치는 아들이 기차 안에서 이리저리 다니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을까, 보채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동안 엄두를 못 냈었나 보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스러워하고 즐거웠다고 말하는 유호를 보니 차 없이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나도 새로운 경험으로 한 뼘 큰 것 같다.


아이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부모는 그 아이를 통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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