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사회복지사 Oct 02. 2019

정말 둘째는 알아서 클까요?

7개월의 기적, 성장 보고서

100일의 기적,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까. 두 시간마다 잠에서 깨는 아이는 낮밤 구분이 없다. 들쭉날쭉 새벽에 깨는 아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가 젖을 먹으면 수유 때문이라도 엄마는 항상 밤잠을 설치게 된다. 분유를 먹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분유 보트기가 있으면 조금 수월할지 몰라도 팔팔 끓인 물을 식히는 사이 아이는 배고픔에 난리 난다.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면 우선 할 일은 끝. 아이가 바로 잠들면 감사하겠지만 어찌 그게 부모 마음대로 되겠는가. 그다음부터는 다시 재우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육아 지침서에서 아이 스스로 잠들게 하라고 하지만 밀려오는 잠과 피곤함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아기띠에 강제로 재우는 날이 모여 100일. 쌓인 예민함과 스트레스 가득한 부모는 기적을 맞이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아이마다 다른 것을 어찌하 오리오.


어느덧 둘째가 태어난 지 7개월 지났다. 둘째는 알아서 큰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둘째에게 많은 기적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 준 둘째에게 감사하다. 잘 커준 둘째의 성장 보고서.

둘째와의 첫 만남

세상 속으로 나오다

첫째와 함께 가족분만실에서 둘째가 태어나기를 기다렸다. 적지 않은 시간, 산통이 이어졌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내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긴장했다.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살 떨다. 대신해서 낳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슬픈 건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 숨죽이며 아내만 지켜봤었던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새빨간 핏덩이, 쭈글쭈글한 주름이 가득한 아들이 태어났다. 믿기지 않겠지만 내 손보다도 작은 아이는 분만실을 떠나가게 울어댔다. "아들입니다!" 건강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안도했다.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가위를 건네받았다.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고무처럼 질겼던 탯줄을 잘랐다. 어쩔 줄 몰라하며 핏덩이 아이를 안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씻겨주었던 것 같다. 첫째에게 "동생이야, 인사해봐!" 함께 감격했다. 힘겹게 눈을 뜨던 아이와 눈 맞춤하는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뒤집기에 성공하는 둘째

계속해서 발달하는 둘째

뒤집기에 성공하더니 목을 가눴다. 앉아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처음 몇 개월은 누워만 있었다. 그때는 눈 맞춤도 되지 않았다.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봤다. 이름을 부르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반응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 성장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아들이 어제 없었던 반응을 할 때면 기적을 본 것처럼 신기하고 놀라웠다. 물건을 손에 쥐기만 했던 아들은 이제 제법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다. 눈과 손의 협응이 나아졌다. 끙끙 힘겹게 기어가 결국 잡고 마는 아들. 손과 발을 쓰기 시작했다. 손과 발로 물건을 만지며 탐색하기를 좋아한다. 입으로 빠는 것을 말리는 것 덤이다. 눈 맞춤을 잘한다. "지호야, 지호야" 이름을 부르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획 하고 돌린다. 눈 맞춤하면 그제야 "꺄악" 소리 내며 웃는다. 어찌나 잘 웃는지 아들의 웃음소리와 미소는 마음을 살살 녹인다. 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침을 많이 흘린다. 이제 언어발달을 위한 준비를 하는지 몰라도 "부르르" 입술을 떨며 소리 낸다. 첫째도 둘째도 옹알이로 시끄러운 것은 남달랐다.

부르르 입술을 떨며 말할 준비하는 아들

그래도 형을 제일 좋아

둘째 태교는 첫째가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임신 때와 다르게 오롯이 태교 집중하지 못했다. 퇴근하면 첫째와 놀기 바빴고 첫째를 재우면 하루가 지나갔다. 상대적으로 둘째에게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커준 둘째가 고맙다. 첫째가 불러오는 배에 대고 노래도 불러주고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 목소리보다 첫째 목소리에 반응을 잘했다. 둘째가 7개월이 되면서 형과 놀기를 좋아한다. 둘째를 안고 있으면 첫째가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소리로 다가오는데. 형을 보고 "꺄악, 꺄악, 꺄악" 자지러지며 웃는다. 아직 스스로 못 걸어서 그렇지 걷게 되면 둘째 역시 엄청난 장난꾸러기가 될 것 같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랄까, 첫째가 하는 말과 행동에 뭔가 아는 눈치인 둘째가 마냥 신기하다. 예전의 누워서 멀뚱멀뚱 눈만 떴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나도 껴줘, 형!

신생아 발달단계표를 보면 9개월부터 잡고 일어선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곧 8개월 들어서는 둘째는 걸음마 준비 중이다. 둘째와 놀고 있으면 갑자기 나에게 기어와, 나의 몸을 붙잡고 일어서려고 애쓴다. 낑낑대며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면 어느새 나의 몸에 기대고 있다. 아들을 잡고 "걸음마, 걸음마", "한발, 두발" 걷는 시늉을 하면 둘째는 힘겹게 발을 떼기 시작한다. 발을 떼는 자신이 재밌는지 함박웃음을 짓는다. 내년 2월이면 돌인데 진짜 걸을 때가 머지않았다.


부모가 되어보니 양육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아이들이 아무리 알아서 큰 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는 것,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무조건적인 사랑에 머물지 않고 적당한 훈육과 교육을 해야 하는 것.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풍족하게 들어주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그만큼 부모의 삶은 힘들고 어려운 길이기에. 하고 싶은 것을 잠시 미루는 이유는 부모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나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이 땅의 모든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이집 첫 방학, 당진 가족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