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자연]

by hohoi파파
꼭 안아줘야 해
네이버 이미지, 요즘 북극곰.

어김없이 이어지는 아들과의 맥락 없는 대화. 네 살과 이어지는 대화는 어디로 뛸지 모른다. 빌미는 운전 중 잠깐 연 창문에 있었다. 창문을 닫는 순간 아들은 "아빠 나도 창문 열어줘!" 재촉한다. 난감했다. 퇴근길 막히는 도로에서 창문을 열었다간, 시꺼먼 매연이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안 열 수도 없었다. 아들 말을 무시했다간 큰일 난다. 요즘 자기 뜻을 안 들어주면 무시하냐며 짜증 내는 아들이기에. 진심으로 네 살 맞나 싶다.


어쨌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유호야 차 보여? 차가 많아서 창문을 열면 매연이 차 안으로 들어와! 말을 하면서도 네 살이 매연이란 단어를 알까 싶어 다시 설명해줬다. 차 뒤에서 시커멓게 냄새나는, 안 좋은 게 나와! 몸에도 안 좋대! 그래서 문을 열면 안 돼! 차근차근 이야기하듯 설명해줬다. 내 말을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더 이상 열어달라고 재촉하진 않았다.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아들에 칭찬해주고는.


내친김에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전에 아들과 북극곰에 대한 책을 읽은 적도 있어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북극곰 알아?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북극곰?" 아는 눈치다. 북극곰은 추운 나라에 살아, 그런데 매연이 많으면 지구가 뜨거워진대. 집중해서 듣는 아들에게 뜨거워지면 얼음이 녹겠지, 녹으면 북극곰이 못 살아... 우리가 지켜줘야 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유심히 내 말을 듣던 아들은.

맞아, 냄새도 안 좋아!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호랑이, 곰, 멍멍이, 북극곰...

그리고... 한참을 머뭇거리고,

멍키, 타이거, 원숭이, 판다...

음... 그리고 코끼리, 그리고...

그다음에... 원숭이, 호랑이.

이렇게 못 살아!


동물을 말할 때마다 손가락 하나씩 접어가며 설명하는 아들. 뭔가 아들의 대답이 웃겼지만 아들 역시 나름 설명하고 있었다. 아들 표정이 진지했다. 호랑이부터 시작되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마지막에 한 아들의 말에 가슴이 찡했다. "지켜줘야 해, 꼭 안아줘야 해!" 아들 표현에 뭔가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사람이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자연 생태는 말라간다. 미세 플라스틱이 한참 이슈였을 때 잊지 못한다. 죽은 고래 배속에서 가득한 쓰레기는 충격이었다.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이 될 수 있음을.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주인행세를 하며 원래 주인이었던 자연을 밀어내는 건 아닌지. 아들에게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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