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하고 싶고 쑥스럽기도 한
네 살 아들의 마음 일기 [쑥스럽다]
쑥스럽다: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어울리지 않아 멋쩍고 부끄럽다
"이제 컸다고 인사를 안 해"
동네 어르신들이 못내 아쉬웠던지 말에 감정이 실렸다. 살갑게 인사하기는커녕 쭈뼛쭈뼛 내 뒤에 숨거나,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 아들이 서운한 모양이다. 이제는 오히려 어르신들이 아들의 인사를 받으려고 먼저 아는 체를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더 민망하고 부담스럽다. 아들의 인사를 받으려는 어르신들과 하지 않으려는 아들 사이에서 어색한 웃음만 짓는다. 인사를 잘하던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들이 네 살이 되더니 변했다.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한다. 감정이 섬세해졌는지 몰라도 쑥스러움을 타기 시작했다. 아들은 넉살 좋은 성격에 동네 어르신들을 잘 따랐다. 아들은 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런 아들이 귀여웠는지 동네 어르신들은 아들을 좋아했다. 솔직히 오지랖이 넓을까 봐, 모르는 사람들도 잘 따르는 아들이 걱정됐을 정도다. 하지만 네 살 된 지금, 낯선 사람을 경계할 줄 안다.
할머니께서 인사하시네, 인사해야지 아들에게 인사하도록 재촉하지만 내 뒤로 더 숨는다. 경계하고 싫어하는 아들에게 인사를 강요할 순 없었다. 내가 하면 따라 하려나 싶어 먼저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아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유호야 할머니들이 유호가 반가운가 봐! 운을 뗐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 유호에게, 유호도 인사해봐! 아무 말하지 않는 아들이 답답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다리는 수밖에.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집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쑥. 스. 러. 워. 서. 나지막한 아들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담겨 있었다. 쑥스럽냐고 집요하게 묻는 내 말을 그대로 옮겼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들 감정 변화였다. 이제는 어르신들에게 무작정 달려가는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쉽지만, 아들 입장에서 동네에서 자주 보더라도 낯선 사람이다. 아들은 나름의 이유로 거리를 두고 있진 않을까. 뒤로 숨는 아들에게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