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원하는 대로 사줬다간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갖고 싶다]
갖다: 자기 것으로 하거나 지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홈플러스 아이쇼핑아들이 갖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 어느 때보다 강열하다. 며칠 동안 대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사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헬로 카봇 피닉스 프라임" "헬로 카봇 피닉스 프라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사실 듣기 딱하고 안타깝다. 얼마나 가지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겠는가. 틈틈이 아내와 나에게 어필하는 아들이 안쓰럽고 난감하다.
나도 어렸을 때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았다. 레고, 자전거, RC카... 초등학생 때의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께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라댔다. 아들처럼 자전거, 자전거 노래를 부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들의 간절함에 사줄 법도 한데 아버지는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주지 않았다. (한이 맺혔나, 지금은 타지도 않는 자전거를 버리지 못한다) 그때 절망감에 사주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했다. 결국 갖고 싶은 욕구를 꺾어가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아마 그 뒤로 가지고 싶은 게 생겨도 아버지께 사달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께 사달라고 조른 처음이자 마지막인 일이었다.
"피닉스 프라임 사줘, 사고 싶다." 아들의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아내와 고민에 빠졌다. 갖고 싶다고 사주기 시작하면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이거 하나로 끝나지 않을게 분명하다. 보통 캐릭터 장난감은 시리즈로 있기에. 이미 아들은 피닉스 프라임을 사달라고 하면서 다른 종류의 프라임 로봇을 말하고 있다. 도깨비 같이 생겼다는 아들 말에 빠르게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정말 도깨비 뿔이 달인 장난감이었다. 와우~ 아들을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난관에 부딪쳤다.
홈플러스에서 뽀로로, 헬로 카봇, 띠띠뽀, 슈퍼윙스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을 술술 말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 어려서부터 최대한 TV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집에서 TV를 켜지 않는다. 기껏해야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야 볼 수 있다. 그때 원 없이 본다. 어쨌든 길어 헷갈릴 만도 한 만화 캐릭터 이름을 말하는 아들이 신기하다. 그만큼 가지고 싶다는 거겠지.
이렇게 까지 말하는 것은 처음이다.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아들의 말에 아내와 나는 허투루 흘려듣지 않으려고 애쓴다. 솔직히 아들에게 장난감을 사준 기억이 없다. 우리 돈으로 사준 것은 고작 블록, 로봇 몇 개가 전부다. 아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장난감 대부분은 대여하고 물려받았다. 그래서일까 아들이 처음 내비친 간절함에 더 마음이 쓰인다.
아마도 인터넷 구입을 하지 않을까. 나의 경험으로는 아들의 반복해서 하는 말을 흘려듣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아들의 욕구를 억누르고 무시한다면 다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않을 테니. 사실 그것이 가장 두렵다. 여전히 나도 하고 싶을 말이 있어도 삼킬 때를 보면 말이다. 물론 아들이 원한다고 가지고 싶다고 다 사주지는 않겠지만. 그 협상을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지금은 아들의 욕구에 귀 기울이는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