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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Sep 21. 2019

네 살도 성교육 하나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눈을 돌려봤다. 헉! 자기 몸을 가지고 놀고(자위) 있는 아들. 목욕도 할 겸 거품 놀이하라고 온 몸에 거품을 발라줬는데, 호기심이 생겼는지 한껏 자신만의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아들이다. 온몸에 크림 같은 부드러운 거품을 바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우연히 느꼈던 것 같다. 한동안 우두커니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들, 눈치 보며 내 할 일했다. 한참 타이밍을 보다 재빠르게 씻겨주었고 이내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이제 성교육을 할 나이가 됐다. 네 살 아이가 무슨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점점 성에 눈 뜨는 시기가 빨라지는 걸까. 아들도 자기의 성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요즘 부쩍 고추를 조물조물 만진다. 아들은 호기심에, 재미로 만지만 나는 만두게 해야 할지 기다려줘야 할지 설이다 어쩔 줄 몰라한다.


섣부른 판단으로 들에게 실수하지 않 조심스. 수치심 느끼지 않게, 부산스럽거나 호들갑 떨지 않게,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진심으로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들을 키우면서 처음으로 느낀 당혹스러운 경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내면 수치심을 느껴 죄책감이 든다,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한다는 말이 기억나 꾸짖지 않았다. 그만큼 성은 아이나 나나 민감한 부분이었다.


자료를 찾아봤다. 일단 유아기 때 성기에 손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한다. 들도 그 시기에 접어들었다. 아이들도 성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자기 몸의 탐색은 아이가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고, 아이가 이 행동을 할 때 자연스럽게 대처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는데... 어쨌든 건강한 성 정체성 확립을 위해 아들에게 적절한 반응을 해야 했다.


1. 제대로 알려주기

역시 엄마는 엄마다. 아내는 아들의 변화를 이미 아차렸다. 아들에게 일상 대화 남자, 여자의 성기 이름을 알려주던 아내. 돌이켜보면 아들과 "남자는 음경, 여자는 음순." 놀이하듯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히려 듣는 내가 민망했을 정도니. 속으로 무 빨리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었고 오히려 성욕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성교육도 놀이였다. 무엇보다 단순하고 재밌게 아이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다.


2.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성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이다. 성을 통한 생명 탄생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 줄 필요가 있었다. 몸을 스스로 지켜야 함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도 지켜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유호야! 유호는 소중해, 유호가 지켜야 해! 누군가 유호 몸을 만지거나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해? 아들에게 반복해서 묻고 이야기해줬다. 싫어요, 싫다고 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알려줬다. 그리고 다른 사람 몸도 함부로 만지지 않아야 을 알려줬다.

꽃을 꺾는 아들에게 꺾지 말라며

3. 그림책은 최고의 교육자료

그림책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자료다. 그림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단순하게 이해시키기 좋은 도구다. 아들에게 읽어줬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자신도 타인도 사랑하라는 내용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사랑해. 한마디로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유호야 너였어!

잠들기 전 아들에게 유호야! 머리도 사랑해, 코도 사랑해, 눈도 사랑해, 팔, 다리도 사랑해,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라고 표현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대해 탐색이 가능했다. 그리고 표현이 서툰 나의 말솜씨를 채워 주웠다.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아들은 사랑스러운 그림과 나의 눈빛, 말투, 표정, 스킨십에서 느끼지 않았을까.


지금은 무조건적이고 충분한 사랑할 때인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의 성장의 힘은 사랑이었다. 정체성은 사랑으로 확립된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지를 알게 된다.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겠지. 아들은 자신을 찾는 여정 시작다. 그 여정을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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