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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21. 2019

상견례가 축제 같아도 되나요?

네이비 이미지

결혼의 첫 관문인 상견례를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신랑, 신부라면 누구도 상견례에 대한 부담감을 피할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돌이켜보면 상견례를 앞두고 어쩔 줄 몰라했다. "상견례를 잘하는 법"을 네이버 검색했으나 딱히 이렇다 할 방법을 못 찾았다. 답답함을 풀 수 없어 결혼한 친구, 지인들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조언이 사람마다 달라서 더 혼란스러웠다. 들으면 들을수록, 결혼에 대해 알면 수록 "과연 결혼을 잘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상견례는 양가 부모님이 결혼 문제로 첫 대면하는 공식적인 자리다. 결혼 허락을 받고 양가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다. 아무리 신랑, 신부 당사자들이 결혼 계획을 세웠어도 양가 부모님에게 알리고 허락을 받아야 하기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양가 부모님들이 쿨하게 맡겼어도 동의 없이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면 서운해하는 게 부모님의 마음인 줄 몰랐다. 양가 어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자리라서 더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였다.


"당사자만 좋으면 그만이지!" 말이 쉽지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상견례. 그때를 잠깐 떠올려본다.  


완벽한 내편 만들기

장모님의 덕이 컸다. 어색하고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견례 자리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묘한 침묵이 흐를 때마다 장모님의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숨통이 틔기 시작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설득의 기술까지, 장모님의 말하는 기술은 현란했다. 화끈하게 신랑, 신부에게 맡기자고 선포했던 장모님과 별말 없이 동의한 부모님. 지금 생각하면 장모님의 지원사격으로 양가에 주고받는 것을 생략하고자 했던 우리 뜻대로 하게 됐다. 밥만 먹고 헤어질 수 있는 상견례 자리에서 분위기를 만드는 완벽한 내편만들어야 한다.    


식은땀만 줄줄

대체로 우리 가족은 조용하고 말 주변이 없는 집안이다. 고집스럽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버지, 조용하고 말 주변이 없는 어머니 사이에서 분위기를 살리고 눈치만 살폈던 기억이 난다. 신랑인지라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하얗게 불태우느라 식은땀만 줄줄. 평소 아버지의 성격을 알기에 상견례 자리에 앉아 있는 내내 불안했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하실지 몰라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들 상견례라고 아버지도 불같은 성격 죽여가며 노력했다. 어색하고 긴장되는 것은 다시 해도 똑같을 것 같다.      


분위기 띄우는 것은 결국 술이었던가

부모님 역시 본인 상견례 말고는 처음인지라 나 못지않게 어색해했다.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아버지는 장인어른에게 술을 권했다. 막걸리 한 병은 두병이 되고 두병이 세병이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술병이 늘었다. 마침 가게에서 막걸리를 팔지 않아 진땀 뺐던 기억이 난다. 얼굴이 얼굴이 붉게 올라온 아버지는 술에 흥에 취했다. 처음 자리에 앉을 때만 해도 어색했던 분위기는 웃음소리로 가게가 떠나갈 듯했다. 오히려 술에 취하지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다. 술은 긴장감을 무장 해제시키는 힘이 있나 보다.   


계획한들, 그냥 즐기기 

물 흐르듯 분위기에 맡기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계획한들 아무 소용없다. 신랑, 신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양가 부모님의 말 한마디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상견례이고 결혼이다. 양가 부모님을 이해하고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당일 한 번의 상견례 만남으로 다 결정지을 수 없다. 완벽하게 치러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첫 인사하는 자리로만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결혼을 해보니 상견례를 하는 동시에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양가 부모님의 의견을 나누고 중재하기에 따라 신랑, 신부가 원하는 결혼을 할 수 있는 듯하다.    


돌이켜보면 상견례가 마치 축제 같았다. 숨 막히는 긴장감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 장모님의 활약. 서로 상대를 칭찬을 하양가 부모님. 이제 막 웃음꽃 피던 상견례 자리는 술로 더 무르익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믿고 맡겨준 양가 부모님의 덕이 크다. 그나마 마음 편하게, 아내와 내가 결정권을 가진 결혼을 하게 된 이유이지 않을까. 상견례를 마치고 식당 입구에서 양가 부모님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은 더욱 그날을 잊지 못하게 한다. 아직도 어쩔 줄 몰라 쩔쩔매던 모습에 웃음 짓게 하는 상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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