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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30. 2019

모방심리를 이용하는 양육법

별걸 다 따라 하는 두 아들

자녀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본을 보이는 것이다. -[탈무드]


정말 별걸 다 따라 한다.


"아빠도 뺐으니까 뺐지!" 한방 먹이는 아들의 말 한마디.  


요즘 네 살인 아들에게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 주차를 위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자마자 안전벨트를 뺐다. "틱" 벨트 빼기 무섭게 카시트에 앉아 있는 뒤쪽에서 "틱" 안전벨트 빼는 소리가 들렸다. "유호야! 아직 차가 안 멈췄으니 안전벨트를 빼면 안 돼!" 그새 두 팔을 의자에 걸쳐놓고 가운데 서있는 아들. "위험하니까 앉자!" 말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아빠도 뺐으니까..."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아들 말에 두 손 두 발 들었다. 아들의 말이 맞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내 말이 아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아이는 언제부터 타인을 모방할까. 생후 1개월이 된 아이도 엄마가 혀를 날름거리면 따라 한다. 그렇다면 모방은 학습이 아닌 타고난 능력이다. 모방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모방은 단계를 거쳐 발달하는데 처음은 단순히 행동만 따라 하다가 점점 타인 행동에 숨은 의도 간파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타인과 상호작용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모방은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힘, 공감 능력과 관계있다.


두 아들은 타인이 하는 말과 행동을 모방하며 크고 있다. 태어난 지 8개월 된 둘째는 푸르르르 입술 떠는 행동을 따라 하더니 "꺄악" 소리 내면 아들 역시 "꺄악" 거리며 장난친다. 네 살 된 첫째는 언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생소한 말은 어린이집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배워온 말이다. 아들이 하는 말에 아내 얼굴이 오버랩이 될 때면 소름이 끼친다. 그뿐 아니라 집안일도 따라 한다. 접착식 먼지 떼기를 방바닥에 이리저리 굴리고 있으면 "나도 해보겠다"며 달려든다. 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면 "나도 해볼게!" 말하고 가로채 간다. 두 아들은 나와 아내, 선생님과 친구들,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며 생존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


모방심리를 잘 이용하면 자녀 교육하는 데 도움된다. 자립심과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집안일에 기여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무리 목에 핏대 세워가며 잔소리해봤자 소용없다. "자기가 논 장난감은 자기가 치우는 거"라고 교육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잔소리일 뿐, 반항심만 커지고 말을 듣지 않는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 치우는 시늉을 하면서 "같이 치워보자"라고 유도하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밥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골고루 먹어라!, 남기지 마라!, 밥 먹을 때는 앉아서 먹어야지!" 이 말하면서 더 이상 감정 소모할 필요 없다. 아이와 실랑이하다 끝난다. "아빤 골고루 먹으니까 키가 큰 것 같아!, 유호도 먹어볼래?", "아빤 밥 먹을 때 앉아서 먹는데!, 유호도 앉아서 먹자!" 은근히 비교하는 말 같지만 그 효과는 크다. 모방할 수 있게 행동으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다소 과장스럽게,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한참을 빤히 쳐다본 아들은 경쟁심진 몰라도 곧잘 의도에 맞게 행동한다.


모든 아이는 예측 불가하기에, 항상 부모의 의도에 맞게 행동하지 않는다. 동공이 마구 흔들리는 순간, 부모로서 시험 드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오히려 속 편하다. 가장 먼저 내려놔야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말과 행동, 감정까지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아들을 보면서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음을 새삼 느끼고 있다. 아이가 클수록 아이 눈치 살피게 되고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부모가 모르는 사이 아이들은 보고 배우기에.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 바르게 크라고 닦달할게 아니라 부모가 사소한 행동까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겠다. 아이는 부모의 얼굴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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